디스전의 규칙
"무대 위 디스전은 뜨거웠지만, 그 속에도 규칙과 철학이 있었다."
힙합과 나의 이야기
‘쇼미더머니’란 힙합 경연프로그램이 있다. 2012년 Mnet에서 첫 방송을 시작했으니 ‘쇼미’는 나의 30대 시절부터 지금까지, 결혼 후 사춘기가 된 아이들이 꼬꼬맹이던 시절부터 현재도 즐겨보는 프로그램이다. 한참 흥이 오르면 아이들과 대화할 때 속사포 랩을 던질 정도로 힙합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음악 편식이 있는 건 아니다. 라흐마니노프부터 소리꾼 장사익이 부른 '찔레꽃'까지 가슴 깊이 전해지면 한참을 헤어 나오지 못하는 감성형이다.
연말을 장식했던 '쇼미'가 드디어 시즌 12를 예고했다. 마흔여섯이나 된 아줌마가 갑자기 웬 힙합 타령이냐 할지 모르나 힙합에는 청춘의 드라마, 우리 사회의 현주소가 여실히 드러난다. BTS의 <뱁새>라는 곡은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다리 찢어진다'란 속담을 인용해 현세대의 상대적 박탈감과 세대 불평등을 풍자하기도 했다.
디스전의 규칙
힙합 중 백미는 '디스전'이라 할 것이다. '디스전'이란 소위 래퍼들이 서로를 향한 비판과 조롱 섞인 유머, 공격을 퍼붓는 대결을 뜻한다. 비교가 적절치 않을진 모르지만 반복과 대구, 운율의 묘미가 있는 우리나라의 시조와는 다른 '라임'과 '비트', '플로우'의 다른 매력으로 젊은 청춘의 마음을 뒤흔든다.
그러나 힙합의 '디스전'에도 나름의 규칙과 철학이 있어야 대중들에게 인정을 받는다. 마구잡이식으로 상대방을 근거 없이 비난하다가는 다음 '배틀'의 타깃이 될 수 있다. 요즘 SNS 글이나 신문 사설들 가운데 일부를 보면, 정작 무대는 아닌데도 배틀을 방불케 하는 모습이 적지 않다. 내년 치러질 중요한 국면을 앞두고 서로를 향한 날 선 말들이 오가지만, 정작 건져낼 비트나 메시지는 없어 물 없는 고구마처럼 답답하다.
물 없는 고구마 같은 논쟁
한때 소신을 내세우던 이들이 하루아침에 방향을 틀어 또 다른 배틀을 시작하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개인의 자유라 할 수 있겠지만, 그런 급격한 변주에는 뒷맛이 씁쓸하다. 비판을 하려면 감정을 내려놓고 문제의 본질과 해결책에 집중해야 한다.
NBTI 성격 유형 검사 중 'ENFJ'(외향. 직관. 감성. 판단) 형인 나부터 감성을 내려놓자. 감성이 앞서기보다는 지혜를 모아 이성적인 판단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정신 건강에도 좋을 것 같다.
성실함으로 승부하자
쇼미더머니 힙합 쇼의 수위는 점점 더 세지고, 언어는 더욱 자극적으로 변해갈 것이다. 쇼미더머니 시즌 12가 돌아온다. 이미 배틀은 시작됐다.
'디스전'이 아닌 뿌리 깊은 성실함으로 승부수를 두자.
*사진은 2019년 쇼미더머니8 콘서트 현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