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 껌둥이 눈썹 송승헌과 닮았다
모처럼 b에게 머리를 자르러 왔다. 고객 대기실에 여자 둘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진짜 잘생겼다며? 에이~그 정돈 아닌데..."
"저 정도면 잘 생겼지 않아?"
"음... 내 스타일은 아냐"
어쩌다 듣게 된 미용실 손님들의 대화. 아마 30년 전에 b를 봤다면 저분들의 생각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고객님께는 컬이 좀 부드러운 게 더 어울리세요."
집과는 영 딴판인 다정다감한 말투로 고객 머리를 만지는 b를 곁눈질로 째려보며 엄한 잡지만 휙휙 넘겨 됐다.
그를 처음 만난 건 32년 전 8월의 어느 여름날, 강원도 고성군에서 열렸던 세계 아시아 태평양 잼버리 대회였다. 빨간색 보이스 스카우트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수돗가에서 무심하게 설거지를 하고 있던 미소년. 이은혜 작가의 순정만화 '블루'에나 나올법한 비정상적으로 짙고 하얀 피부, 쌍꺼풀 없이 크고 맑은 눈동자를 한 그 소년을 을 본 순간 내 머리에선 종이 울렸다.
'딩~딩~딩 어머나 세상에 저렇게 생긴 사람도 있구나'
그때 그 종소리 탓(?)에 난 17살에 b를 만나 징글징글 17년을 연애하고 지금은 13년 차 부부로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두고 잘 살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청춘 시트콤에 나오던 송승헌이라는 배우가 292513 스톰 청바지 모델을 했는데 난 야간 자율학습을 제치고 송승헌 팬사인회에 갈 정도로 그를 광적으로 좋아했었다. 근데 내 눈앞에 송승헌과 닮은 소년이 떡 하니 서 있었던 거다. 처음 본 순간부터 소유욕이 발동한 첫 남자였다.
세계 각국 아이들이 참가한 스카우트 캠프는 자신의 소속과 이름을 적은 ID 카드를 목에 걸고 있었다. 그의 이름을 보려고 목을 쭉 내민 순간 ID 카드를 옷 속으로 쏙 짚어 넣는 게 아닌가?
7박 8일의 캠프 중 첫날 그를 보게 된 난 며칠 동안 소위 말해 상사병 같은 게 났었다. 수 천명의 아이들 중 그 애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하니 입맛도 없고, 캠프 따윈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가영아 그 숱 껌둥이 눈썹 찾았어"
숨을 헐떡거리며 텐트 안으로 들어온 같은 학교 언니는 로또라도 맞은 것처럼 b의 소식을 생생하게 전했다. 더 기가 막힌 건 내가 첫눈에 반한 그 애가 나랑 같은 지역에서 올라온 청주 촌놈이었던 게 아닌가?
그렇게 난 운명이라 단정 짓고 첫사랑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