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이었다. 연말을 기념하기에 참 좋은 날이었고 친구들과의 저녁 약속이 있었다.
분기 때마다 서로를 잊지 않고 찾아주는 이 모임이 요즘으로서 가장 위로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졸음이 몰려와도, 막차가 다가와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그 시간에 빠져있었다.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덤덤히 들어주고 담백한 위로의 말을 전해주다 보니 이것이 취기인지, 온기인지 모를 그런 게 느껴졌다.
흘러가는 시간과 한 살을 더 먹는다는 생각이 자리를 부추겼고, 10시가 되자 일제히 엉덩이를 일으켜 집으로 총총 사라졌다. 환승구역으로 갈라져 점점 사라져 가는 모습들을 보며 속으로 조용히 모두의 안녕을 빌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너무 길었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돌아가는 길에는 자비란 없었고 결국 다음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떡볶이를 사는 여유도 부리게 되었다. 비록 맛없는 떡볶이 었지만 차가운 밤공기와 떡볶이의 열기, 후끈한 포장마차의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그때 그 순간만 느낄 수 있는 행복이었다.
나는 누군가를 만나거나 때가 되면 어딘가를 놀러 간다던가 하는 데에 여러모로 품이 많이 드는 것을 불안해했다. 그래서 한동안은 그런 자리를 의식적으로 피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시기에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순간과 현실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버렸다. (그 시기만 볼 수 있는 것은, 친구의 통통해진 볼살, 볶은 머리, 좋아진 체력으로 생생해진 모습 등등 리미티드 에디션 같은 것 등등이 있다.)
그러자 보고 싶은 얼굴들이 마구 떠올랐다. 언제까지고 우리는 이곳에 함께 살 수는 없을 테니 부지런히 마음을 표하고 다가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