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을 쌓나?

나도 모르게 매일의 불행 쌓기에 동의했다.

by 정다솔

할 일을 하기 전, 핸드폰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다가 깨달았다.

'나, 매일매일 불행을 쌓고 있는 거 아니야?'

SNS의 단점을 알기에 최대한 몰입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꽤 오래 빠져있었다.

특히 요즘처럼 쌀쌀한 겨울과 크리스마스, 새해라는 큰 대목을 앞둔 날에는 더욱 자극적인 게시물들이 올라오기 마련이었다.

'이 사람은 여기를 가네, 저 사람은 겨울을 이렇게 준비했구나', '나도 겨울용 부츠를 사고 싶다, 친구들 모아서 연말 파티를 열까?'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자 비교가 시작되었다.

지금 내 눈앞에 없는 그들에 빗대자니, 나는 이렇게 가만있는 것이 큰 죄였다.


아차 나는 그러면 행복한 일이 없었나? 어제 가족과 사랑의 메시지를 주고받았나? 맛있는 음식을 먹은 적이 없었나?


다른 이들이 올린 게시물 속 성과, 식사의 메뉴, 갔던 여행지들은 떠올려도 어제 내가 가족과 나눈 대화와 아빠가 나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해준 이야기들은 잊고 있었다.

곧바로 핸드폰을 테이블에 엎어둔 채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입안에 들어오는 씁쓸한 커피맛에 머릿속 가득 부푼 생각들이 녹는 듯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해낸 일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것들이 결국 나를 이루는 전부라고 믿던 때가 있었다. 그러다 보면 일상의 자잘한 행복들이 가치 없다 느껴지고는 했다. 작은 행복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키운 줄도 모르고.


오만하게도 나는 그랬다. 언제든 현실로 돌아와서 내 곁에 갓 내린 눈처럼 쌓인 행복을 녹기 전에 끌어안아야지. 불행을 스스로 쌓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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