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그렇게 소비하지 마!
육 개월 전쯤, 막내 이모에게 전화가 왔다. ##야, 내가 그래도 네 생각 많이 하니, ‘나한테 잘해’. 친자가 없는 이모는 죽은 남편에게 땅을 상속받아, 이젠 늘그막에 외로움만이 가장 큰 걱정이다, 그러니 나뿐이겠는가? 주변 아랫사람에게 그리했을 터였다. 평소 같으면 그냥 헛소리로 ‘네’ 하면 되었을 것을, 나는 C가 튀어나오기 직전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말로는 늘 헛다리를 짚으니, 장문의 글을 보내곤 채팅방을 나왔다.
늙은이가 덜 늙은이에게 그리할 수도 있는데…. 스스로도 내 반응에 놀라긴 했지만, 시원하기도 했다. 그동안 일방적인 이모의 통보를 받기만 했던 나(a)는, 나(b)에게 ‘미안해'라며 맥주잔을 들었다.
얼마 전 친구에게서 제주에 온다는 연락이 왔다. 1년 전에 올레길 걷는 친구들의 픽업을 몇 번 하곤 피곤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번엔 알아서 다니라고 해야지. 하지만 겉치레를 살피는 ‘나’(a)가 전화를 받아버렸다. 그래, 와. 미친년. 전화를 끊자 이모에게 C를 날린 ‘나’(b)가 ‘나’(a)에게 받아친다. 아차. 하지만 이내 ‘나’(b)가 전열을 정비한다. 후회로 들끓는 시간이 짧아졌다.
친구야. 올레길 걷는 데 집중해. 나를 보러 오는 건 아니잖아. 겸사겸사 보는 거지^^. 내가 평안한 상황이면 너희들을 반갑게 반겨 주고 이런저런 편의를 기꺼이 줄 수 있겠지만, 내가 그러질 못하네. 그건 누구보다 네가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뭐 나(a)도 나(b)를 잘 모르니…. 네가 공직에 오래 있어 '효율’을 중시하는 것 같긴 한데, 나(a와 b)는 그저 일상을 수행하듯 살아가고 있어서, 일상이 중요해. 물론 친구들 만나는 것도 좋지. 하지만 이런 식으로 나(a와 b)를 소비하진 말아 줘. 제주 잘 다녀가고, 동선이 되면 보자구.
언뜻 정리를 잘하는 듯 보여도, 또 또 또 … 자책골을 넣었다는 자괴감이 남는다. 몇 살을 더 살아야, 제대로 된 수비수가 될 수 있을까? 공격수는 꿈도 못 꾼다.
* 이미지출처 : 인터파크, '착한 소비' 캠페인.. 1만 명에 최대 1만 원 지원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