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그리고 파레토최적>

by 성대진

시계를 거꾸로 돌려 1970년대 국가대표 축구팀의 경기를 음미해 봅니다. 붙박이 주전 김황호 골키퍼는 공을 잡자마자 최전방의 ‘꺽다리’ 김재한을 향하여 몇 걸음 뛰다가 ‘뻥’하고 공을 냅다 찹니다. 그러나 공은 김재한에게 가지 않았고, 공을 잡으려고 상대편 선수와 우리의 자랑스러운 ‘부지런한 선수’ 이영무가 경쟁을 합니다. 마침내 이영무는 공을 잡아 특급 골잡이로 나중에 독일에서 ‘갈색 폭격기’라는 자랑스러운 별명을 얻은 차범근에게 공을 패스합니다.


1970년대 국가대표 축구팀을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이러한 장면이 떠오를 것입니다. 그런데 현 국가대표는 물론이고 K리그는 물론 손흥민이 뛰었던 프리미어리그(PL)에서도 이런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1970년대 축구에서 흔히 보던 위의 장면이 21세기 현재 축구경기에서 거의 보기 어려운 것이 우연일까요? 우연이라는 것은 어쩌다가 등장하는 상황입니다. 우연히 반복되면 이미 우연이 아닙니다.

축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이렇게 골키퍼가 공을 잡아도 무의미하게 전방에 공을 롱킥으로 날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편 수비수로부터 공격을 시작하게 만드는 일련의 작업을 ‘빌드업’이라고 부르는 것을 잘 알 것입니다. 이렇게 현대축구에서 빌드업이라는 일련의 행동을 하는 것은 효율성에 기인합니다. 무의미하게 전방에 공을 롱킥으로 보내면 자기편이 아니라 상대편이 공을 점유할 확률도 상존하기에, 확실하게 자기편의 점유율을 높여서 득점의 기회를 만드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통계학적인 기초에 기인한 축구의 전술입니다.


펠레가 공을 잡고 경기장을 누비던 시절에는, 공격수는 공격만 하고 수비수는 수비만 하면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공격수의 수비가담능력, 그리고 수비수의 공격가담능력이 축구선수의 자질을 평가하는 시대입니다. 요한 크루이프의 등장으로 ‘토탈 축구’가 각광을 받았습니다. 토탈 축구가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공격수도 수비가담을 하고, 수비수도 공격에 가담을 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토탈 축구는 이리고 사키라는 명감독이 제창한 ‘사키즘’으로 이어졌고, 맨체스터 시티의 명감독 펩 과르디올라가 신봉하는 ‘점유율 축구’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축구이론의 발전의 이론적 기초는 효율성입니다. 자기편이 점유를 하는 상황이라야 공격의 기회 내지 확률이 높아지고 득점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 바로 이 효율성의 핵심입니다. 축구는 어느 한 편이 공을 점유하면서 진행되는 게임입니다. 점유율이 승부의 결정적 변수는 아니지만, 점유율이 높은 팀이 이길 확률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것은 무수히 많은 통계의 결과입니다. 점유율을 높이려면 상대편을 효율적으로 압박하고 수비수도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여 숫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 즉 공격수의 수비가담의 경우에도 성립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효율성을 높이는 것에 대하여 일찍이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파레토가 파레토 최적(Pareto optimality)이라는 개념으로 확립했습니다. 파레토 최적이란 인력을 포함한 자원의 효율적 배분으로 경제적 효용의 극대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이 됩니다. 그런데 위에서 본 축구에서의 점유율의 극대화(자원배분의 효율성 극대화)를 통한 승리의 도출(최대한의 효용성의 도출)과 실은 동일한 방법적 기초입니다. 말하자면, 축구에서 선수들의 활동을 최적화해서 승리를 한다는 이론적 기초는 실은 경제학에서의 파레토 최적과 동일한 원리입니다. 파레토 최적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한다는 것인데, 이것이 축구의 장으로 넘어오면 선수들의 체력과 능력치를 최대한으로 뽑아낸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축구선수들을 ‘빡세게’ 굴려서 승리의 확률을 높인다는 말과 같습니다.

Pareto efficiency or Pareto optimality is a situation where no individual or preference criterion can be better off without making at least one individual or preference criterion worse off or without any loss thereof. The concept is named after Vilfredo Pareto (1848–1923), Italian civil engineer and economist, who used the concept in his studies of economic efficiency and income distribution.

-Wikipedia-


그래서 현대축구에서는 스피드, 체격, 그리고 축구센스, 체력, 지능 등 다양한 요소를 평가해서 축구선수를 선발합니다. 물론 축구선수의 인성도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중요한 지표로 평가합니다. 현대축구에서 축구선수로 대성하는 것이 이렇게나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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