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아서 코난 도일이 창작한 전설적인 탐정 ‘셜록 홈즈’를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와 영화가 비슷한 시기에 개봉되었습니다. 놀랍게도 둘 모두 대박이 났습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야 이전에도 톱스타였지만, ‘셜록 홈즈’ 영화에서의 활약으로 메가스타로 도약을 했습니다. 그리고 드라마 ‘셜록’의 주인공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영국 출신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헐리우드의 톱스타로 등극했습니다. 이것은 셜록 홈즈의 힘입니다. 100년이 넘는 기간 무수히 리메이크가 되었음에도 전혀 식지 않았던 셜록 홈즈의 인기는 추리물이나 수사물이 인간이 지닌 호기심이라는 본능적인 감정을 충족시켜주는 기능이 있기 때문입니다. 셜록 홈즈의 인기가 어마어마해서 그의 광적인 팬을 의미하는 셜로키안(Sherlockian)이라는 단어는 아예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되었습니다.
추리물이나 수사물을 선호하는 인간의 호기심이 한국인이라고 하여 다를 것은 없습니다. 아동문고의 셜록 홈즈나 아르센 뤼팽을 중심으로 추리물이나 수사물은 소설장르의 하나로 굳건히 자리잡았으며, 일본은 한술 더 떠서 추리소설이 국민소설로 등극했습니다. 국내에서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야행’과 ‘용의자 X의 헌신’이 영화화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흥행이 어느 정도 보장이 되는 추리물이나 수사물이 한국에서 드라마화가 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한 일입니다. 물론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드라마 ‘수사반장’의 성공은 출연배우들의 연기가 아주 엉성하거나 연출을 엄청나게 못하지 않는 이상 어쩌면 필연적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배우들의 캐스팅도 꽤나 훌륭했기에 인기드라마, 게다가 장수드라마로 성공을 거뒀습니다. ‘수사반장’이라는 제목은 얼핏 최불암만이 주연으로 오인될 수 있으나, 수사반원들 모두가 주연인 단막극 시츄에이션 드라마가 ‘수사반장’의 기본 포맷이었습니다. 커다란 덩치로 흉악범을 단숨에 제압하는 조 형사 역의 조경환, 탐문수사 등에서 기발한 방식으로 범인을 찾아가는 김 형사 역의 김상순, 초창기 뚝심있는 서 형사 역을 거쳐서 이지적인 추리가 빛나는 남 형사 역의 남성훈, 그리고 차분한 여경역의 이금복(물론 여경은 자주 바뀌었습니다) 등의 연기가 호흡이 잘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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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이 종영된 뒤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멤버들이 우정이 변하지 않은 점을 보면, 출연당시에도 호흡이 잘 맞았다는 것을 충분히 추측할 수 있습니다. 추리물은 크게 처음부터 범인을 공개하면서 범죄의 원인이나 배경을 설명하는 방식과 범인을 숨기고 수사기관의 추리작용을 서사하는 방법이 있는데, ‘수사반장’은 후자의 방법으로 일관했습니다. 실은 그것이 고전적인 수사물의 전개방식이기도 합니다. 장수드라마였기에, 범인으로 등장한 배우들도 많습니다. 그중에서 인상적인 것은 ‘전원일기’에서 최불암의 부인으로 열연한 김혜자가 범인으로 등장했던 장면입니다. 귀부인이나 인텔리역할을 많이 한 김혜자의 범인으로의 변신은 무척이나 낯설지만 재미도 있었습니다. 이계인, 김주영, 김기일, 송경철, 박경현 등이 수사반장의 단골범인이었습니다. 박원숙과 이수나도 그에 못지 않았습니다.
‘수사반장’이 언제나 국민의 환영을 받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모방범죄의 양산과 외국영화나 드라마의 표절, 스튜디오촬영의 과다 등이 단골비판의 소재였습니다. 그러나 그 시절에도 범죄드라마의 범죄예방적 기능을 고려하면 모방범죄의 양산은 과도한 비판이라는 옹호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비판론이 긍정론보다 목청이 더 큰 것이 현실이듯이, ‘수사반장’의 비판론은 인기와 비례하여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최중락이라는 당시 현직 경찰의 소재 제공이 있었지만, 유사한 범죄를 드라마화기엔 뭔가 부족했습니다. 인기도 시들하면서 ‘수사반장’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수사반장’에 출연했던 배우들 중에서 공교롭게도 반장 역의 최불암만이 생존합니다. 이것은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 반증입니다. 그럼에도 아직도 ‘수사반장’ 하면 최불암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수사반장’의 인기가 그렇게나 뜨거웠다는 반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