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동네마다 도서 및 DVD 대여점이 성황리에 영업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대여점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아무튼 어느 동네 대여점이 폐업한다면서 보유중인 DVD를 저가로 판다는 안내문을 보자마자 잽싸게 산 DVD가 있으니 바로 이 ‘작전’DVD입니다. ‘작전’이라는 영화는 극장에서 본 영화는 아니고, 술에 취해 새벽에 깨서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서 케이블TV를 보다가 얼떨결에 중간부터 본 영화입니다. 누구든지 우연히 보다가 재미가 있어서 끝까지 영화나 드라마를 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바로 그 경험으로 ‘작전’의 DVD를 사게 되었습니다. DVD로도, 그리고 TV로도 무수히 봤으면서도 박희순의 ‘OK 거기까지’라는 대사는 중독처럼 재미가 새롭습니다.
‘작전’은 실은 김민정 배우가 나와서 졸음을 눌러참고 보게 되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순정만화의 꼬마숙녀같은 미모의 아역배우로 인기를 누렸던 김민정은 ‘월드콘CF’로 국민요정으로 등극한 아역출신배우입니다. 아역배우는 성인배우로 안착하기가 그렇게나 어려움에도 성인배우로도 성공한 배우이기도 합니다. 귀여움이 두드러져서 멜로, 스릴러, 사극 등 다양한 캐릭터로 변신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성인배우로도 안착하여 시절을 풍미하면서 남심을 훔친 배우라는 점은 누구나 동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주연인 고 박용하 배우 역시 선한 인상이라 역시 캐릭터의 카멜레온같은 변신이 어렵기는 하지만, 멜로물에서 강점이 있는 배우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먼 길을 떠났습니다. ‘작전’을 볼 때마다 고 박용하의 안타까운 선택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https://www.youtube.com/shorts/ZpjiIzhZ9Z8
‘작전’에서 제일 빛나는 캐릭터는 단연 메인 빌런인 ‘황종구’역할을 200% 수행한 박희순입니다. 박희순에게는 미안하지만 그 이전에는 박희순이라는 배우 자체를 몰랐습니다. 그러나 조폭 출신이지만 조폭의 한계를 벗어나려는 극중의 독특한 캐릭터의 처절한 몸짓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연기로 관객에게 커다란 감동을 주었습니다. 박희순의 캐릭터 중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안경’입니다. 헐리우드영화는 물론 세계 어느 영화에서도 빌런이 안경을 착용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입니다. 안경은 차분한 인텔리의 이미지가 부각되기에 잔인하고 냉혹한 빌런의 이미지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실제로도 국내 조폭 중에서 안경을 착용한 조폭은 거의 없습니다.
https://www.youtube.com/shorts/CtHnD_DZGO0
박희순의 안경은 같은 범죄지만 조폭이라는 하급범죄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경제사범으로의 변신을 시도한다는 상징을 드러냅니다. ‘언제까지 양아치로 살꺼냐?’면서 부하를 두들겨 패는 장면은 바로 황종구의 범죄종목의 변신(?)을 상징합니다. 그러면서도 지속적으로 조폭의 습성을 드러내는 일련의 장면은 조폭이라는 천성은 쉽게 버릴 수 없다는 것을 환기합니다. ‘OK 거기까지’는 바로 조폭의 속성이 드러나는 장면마다 등장합니다. 논리적으로 설명이 어려운 상황을 퉁치는 용도로는 최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대사는 ‘작전’이라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최적의 대사, 나아가 박희순이라는 걸출한 배우의 역량을 표출하는 대사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