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배 이야기>

by 성대진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임진왜란 당시에 이순신이 이끄는 조선 수군에 번번히 패하자 처음에는 부하들을 닦달하지만, 나중에는 이순신을 바다의 신(海の神, かいのじん)이라 부르면서 이순신과의 전투금지령을 내립니다. 비록 적이라 할지라도 용의주도한 이순신의 작전에 감탄하고, 싸우지 않는 것이 오히려 부하들의 목숨을 지킨다는 형세판단을 했기 때문입니다. 전후에도 왜군은 이순신을 연구하고 또 배웠습니다. 오늘날에도 각국의 해전 교리에 이순신이 등장함은 물론입니다.


이런 현상은 제2차 대전에도 등장했습니다. 비록 연합군이 독일군을 패망시켰어도 현대 전차부대의 정립과 전차전의 개념을 완성한 ‘전차전의 아버지’ 구데리안 장군과 ‘사막의 여우’ 롬멜 장군은 전후에도 연합군의 전쟁 교리에 등장할 정도로 뛰어난 전략가였습니다. 롬멜이나 구데리안은 밀리터리 매니아나 전쟁사를 연구하는 분들에게는 친숙한 인물입니다. 그러나 한국사의 일부인 고려사에 등장하는 거란의 소배압에 대하여는 거의 알려지지 않다가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을 통하여 그 진면목이 아려지게 되었습니다. 다음은 ‘고려거란전쟁’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김준배가 열연한 극중 거란 도통 소배압이 거란 황제 야율융서(김혁 분)에게 목숨을 걸고 남진을 말리는 장면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9DHonsLMjU

연기인생 30년을 훌쩍 넘은 김준배의 인생연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연기 열정을 쏟아붇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거칠고 강한 인상이지만, 내면에 깊은 문인의 내공을 담은 거란의 엘리트계급을 훌륭하게 연기했습니다. 실제로도 역사에서 고증되는 소배압은 거란의 귀족계급으로 문무를 겸비한 인물로 전해집니다. 실은 그 정도가 아니라면 도통이라는 장군의 지위에 오르기도 어렵습니다. 어느 나라이든 무신의 최상위 직급은 아무나 수행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거칠고 척박한 만주를 배경으로 성장한 거란족은 중국 대륙을 점령하기도 했을 정도로 강성한 시기가 있었으며, 이것은 강력한 무력이 뒷받침된 것은 역사적 사실입니다.


아무튼 김준배는 드라마 내내 진짜 소배압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 정도로 소배압의 연기를 해냈습니다. 그 이전에 김준배는 지적 능력과는 거리가 먼 무식한 조폭이 딱 어울리는 배우였기 때문입니다. 김준배의 인상으로는 달달한 멜로나 코믹 드라마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고 오로지 악당의 보스가 딱입니다. 대학교수나 연구원, 인텔리 등에도 어울리지 않습니다. 실은 그 이외의 역에 김준배를 캐스팅해서는 답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그러다가 소배압이라는 문무를 겸비한 장군으로 인생연기를 펼쳤습니다. 강렬한 인상의 거친 외모를 극복하는 멋진 대사연기가 그 인생연기를 뒷받침한 것은 물론입니다.


거기에 더하여 김준배는 의외의 현실을 전했습니다. 그것은 논산에서 꽃농사를 짓고 산다는 김준배의 현실이 그것입니다. 이 사실은 어느 방송에 출연하여 고백을 하였는데, 출연진은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며 웃었습니다. 조폭 인상의 김준배에게 그리 어울리는 풍경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조폭 전문배우가 현실에서도 조폭은 아니듯이, 악역전문배우인 김준배라도 얼마든지 소박한(?) 생업은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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