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등 ott가 주연배우들에게 주는 출연료는 공중파, 종편, 그리고 케이블방송국에서 주는 출연료보다 월등하게 많아서 배우들의 몸값인플레이션을 유발하였고, 전체적으로 제작편수가 줄어드는 부메랑효과를 낳았다는 뉴스는 이제 거의 국민상식이 되었습니다. 슬프게도 주연급 배우들이 자신들의 출연료를 줄여서라도 제작편수를 늘린다거나 더 많은 동료 배우들의 출연이 보장되도록 하겠다, 라는 내용을 담은 뉴스는 보기 어렵습니다. 실은 자신들의 몸값은 시장이 정하는 것이기에, 굳이 자신들이 정당하게 받는 출연료를 깍을 이유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자본주의의 논리입니다.
스타배우들의 몸값은 시장이 정한다는 대전제는 실은 당연합니다. 적은 제작비로 덜 유명한 배우들로 드라마를 제작하면서도 흥행이 되면 자연스럽게 스타배우들의 몸값이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영화의 본고장 헐리우드에서도 주연급 배우들은 철저하게 시장의 논리로 정해집니다. ‘원초적 본능’으로 전 세계적 히트를 했던 샤론 스톤이 후속작 ‘원초적 본능2’에서 황당한 출연조건에 더하여 거하게 몸값을 불렀다가 크게 망한 후에, 그 어느 영화사도 다시는 거액의 출연제안을 하지 않아서 샤론 스톤이 폭망한 사연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샤론 스톤은 서서히 잊혀졌습니다. 실은 후속작이 존재하는지 자체를 모르는 팬들도 많습니다. 반대로, 다니엘 크레이그는 007시리즈가 매가히트를 하면서 몸값이 폭등했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아이언맨 시리즈의 메가히트로 몸값은 수직폭등을 했습니다.
과거 한국의 드라마는 사정이 조금 달랐습니다. 출연료등급제라는 것이 실시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경력에 따라, 그리고 비중에 따라 출연료는 이 등급제를 따라야 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변형적인 모습으로 시장의 논리가 작동하였습니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 무려 1970년대에도 배우들이 ‘돈 되는’ 드라마에 올인했습니다. 그 사연은 연속극과 단막극입니다. 상대적이기는 하지만, 전자는 흥행에 가까웠고, 후자는 예술에 가까웠습니다. 매일 방영되는 일일드라마나 주말드라마는 흥행에 주안점을 두었고 시청률이 저조한 심야에 방영되는 단막극은 영상예술이 보통이었습니다. 주연급 배우들이 우선적으로 캐스팅이 되기에 압ㄷ적 다수는 연속극을 선호했습니다. ‘고정적으로’ 주연급 배우의 출연료가 보장되기에 ‘돈이 되는’ 연속극을 선호했습니다. 물론 그 어느 배우들도 이렇게 노골적으로 연속극을 선호한다고 그 시절에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딴따라’라는 멸칭으로 불리던 배우들이 ‘돈만 밝히는 배우’라고 낙인이 찍히면 연예인생 자체가 종을 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JXs5928zDM&t=316s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면, ‘원조 꽃미남’ 주연급 배우로서 데뷔시절부터 연기력갑인 박근형이 단막극에 연기인생의 불꽃을 태운 장면은 두고두고 신선한 충격을 줍니다. 당시 주연급 배우로서 대세 배우였던 이정길, 김세윤, 노주현, 한진희 등은 모두 연속극에서 안방극장을 섭렵했습니다. ‘돈이 되는’ 드라마에서 돈을 벌려는 이들의 의도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배우 인생을 보내면서 기왕이면 돈이 되는 연속극에 출연하는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박근형처럼 영상미학을 추구하는 단막극, 그리고 연극에 열정을 불태우는 것이 이례적입니다.
그러나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습니다. 박근형처럼 다양한 연기를 경험하면서 쌓은 연기내공은 꾸준히 캐스팅되는 터전이 되었습니다. 박근형처럼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지닌 배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회장님부터 머슴까지, 그리고 장관, 국회의원부터 촌부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연기력을 박근형은 단막극, 그리고 연극에서 쌓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국민배우로 등극한 것은 덤입니다. 박근형의 우월한 연기력이 있어서 박근형이 출연한 드라마는 일단 믿고 볼 수 있습니다. 그는 단막극에 집중하면서 돈은 잃었지만, 연기력과 시청자들의 사랑을 얻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