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문의 이 노래 : ‘이밤을 다시 한번’>

by 성대진

1980년대 중후반에 접어들면서 한국 가요계에서는 발라드의 대공습이 맹위를 떨쳤습니다. 이문세를 필두로 조하문, 변진섭, 신승훈 등의 발라드의 맹주들이 중원을 호령하였습니다. 조하문은 한국 가요사에 길이 빛날 2집 명반을 들고 1980년대 후반을 강타했고, 그 여진은 아직까지 올드팬들의 가슴에 깊이 꽂혔습니다. 조하문의 앨범은 수록곡 대부분이 히트를 하는 괴력을 과시했고, 조하문신드롬이 음반시장을 강타했습니다. ‘이밤을 다시 한 번’은 그 일련의 히트곡 중에서 가장 사랑을 받은 곡입니다. 선약후강의 전형적인 한국형 발라드곡의 전형으로 대학가요제 출신 록그룹 ‘마그마’의 활동으로 단련된 록음악으로 다져진 조하문의 빼어난 가창력도 인상적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mG0aVwMfz0&list=RDTmG0aVwMfz0&start_radio=1

우연히 만난 연인과의 인연이 이어지지 못하고 헤어지고 난 후에 그날 밤의 사랑을 두고 두고 후회한다는 아주 흔한 회한을 담은 노래가사로서 발라드곡의 정석적인 가사입니다. 한국적 발라드곡에서는 사랑과 헤어짐, 그리고 아픔이 가사에 담기는 것이 보통이며, 선강후약 구조로 후반부에 고음의 후크로 이어지는 전개가 어쩌면 스테레오타입이기도 합니다. 바로 그 대목이 조하문의 성공과 동시에 롱런에 장애가 되는 치명적인 약점이기도 했습니다. 발라드곡은 서정적인 가사와 어우러진 선강후약의 곡의 전개라는 판에 박은 구조로 인하여 새로운 유형을 창출하기 어려운 속성이 있습니다. 이영훈의 일련의 곡으로 대박을 친 이문세가 나중에는 이영훈스타일을 스스로 거부한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아주 우연히 만나 슬픔만 안겨준 사람

내 맘속에 작은 촛불이 되어

보고 싶어질 때면 두 눈을 감아버려요

소리 질러 불러보고 싶지만

어디에선가 당신 모습이 다가오는 것 같아

이젠 견딜 수 없어요

이 밤을 이 밤을 다시 한번 당신과 보낼 수 있다면

이 모든 이 모든 내 사랑을 당신께 드리고 싶어요



조하문의 역량으로 보면 더 발전의 여지도 있었지만, 발라드가수를 고수하는 이상 새로운 실험정신이 결여된 상황에서는 그 이상의 히트를 내기가 어렵습니다. 발라드곡은 귀에 듣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장점이란 동시에 쉽게 듣기 지겨워진다는 단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1990년대까지 유행한 발라드곡은 국화빵같은 구조로 인하여 팬들의 싫증을 유발하는 폐단이 있었습니다. 변진섭도 그랬고, 신승훈도 그랬으며, 조성모도 그 범주를 넘지 못했습니다. 국화빵 발라드곡은 발라드 장르 자체에 대한 싫증을 유발했습니다. 핑클, HOT, SES 등의 아이돌의 댄스와 랩의 유행으로 발라드곡이 대거 퇴장한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라드곡은 귀에 익으면 찐드기처럼 영혼에 고착이 되는 강점이 있습니다. 술이 한 잔 들어가면 이런저런 옛날 생각을 연상하다가 부지불식 간에 입으로 튀어나오는 희한한 속성이 있습니다. 마치 올드보이들에게 익은 트로트가 노래방에 가면 뇌수에 박힌 DNA가 입으로 술술 튀어나오는 것과 유사합니다, 발라드곡에 담긴 개개인의 아련한, 그리고 꿀꿀한 옛 추억이 노래방에 가면 저절로 소환이 되고 나도 모르게 불러보는 추억으로 이어지는 마법에 이끌려 어느 새 따라부르는 마법을 부릅니다. 발라드곡의 상당수가 스테디셀러로 군림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조하문의 바로 이 ‘이밤을 다시 한번’도 영원한 스테디셀러의 하나입니다.

조하문은 이제 할아버지의 나이로 실제로도 손자를 본 가수입니다. 그리고 대중가수의 길에서 멀어진 지도 오래인 사람입니다. 그러나 조하문의 명곡 ‘이밤을 다시 한번’을 듣는 순간만은 감성이 풍만한 청춘으로 소환됩니다. 그리고 듣는 사람에게 청춘이었던 시절의 아련한 사랑의 기억을 환기합니다. 조하문은 그래서 영원한 청춘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