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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봄 Jul 01. 2022

내게 가장 안전한 공간은 이곳이에요.

지혜.


오늘은 또 다른 친구가 다녀갔어요. 마더 피스 타로라고 여성주의 타로를 볼 줄 아는 이예요. 저는 매년 1월이면 이 친구에게 타로를 부탁해요. 새해를 맞이하는 저만의 의식이에요. 마더 피스 타로는 구체적인 질문이 중요하고, 저는 해마다 비슷한 질문을 던졌던 것 같아요. 


내가 하려는 일, 글이든 그림이든 계속 내 뜻대로 해도 될까? 아니, 계속해도 되는 거 맞아? 

친구는 두 가지 타로를 봐주었어요. 첫 번 째는 올해의 카드였어요. 두 여성, 두 개의 막대, 불 피우기. 마더 피스 타로에선 여성이 불을 발견했다고 믿어요. 젊은 여성이 불을 피우는 선조(조상, 엄마)의 지혜를 떠올리는 배움, 열정의 카드. 여기서의 배움은 아마 학문이 아닌 감각적인 통찰일 것이라는 친구의 해석이 덧붙어요. 

제가 하려는 말, 쓰려는 글과 유사한 카드가 나온 것 같아 참 신기했어요. 


그다음엔 하려는 일을 어떻게 풀어 나갈지 방향을 보는 카드 다섯 장을 골랐는데요. 그중 '되고 싶지 않은 것'으로 가부장 카드를 골랐다는 것도 기가 막힌 우연이랄까요. 1년 뒤 내 모습 카드는 오른손으로 칼을 쥐고 가운데엔 명상을 하는 여성이 앉아있어요. 나의 모든 중심이 '내'가 되는 카드라고 해요. 결국 '나는 잘 될 것이다'라는 말을 듣고 싶고 믿고 싶은데, 타로카드 안에 그 말이 언뜻 담긴 것 같아 기분이 참 좋았어요. 


내가 계속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끊임없는 의심과 불신이 습관적으로 학습된 저는 이렇게 기대어 자신을 조금 얻어가요. 그러며 동시에 나는 계속 쓸 것이다, 조용히 소망하며 확신하는 것은 지금도 이렇게 적고 있기 때문이에요. 


지혜. 

내게 가장 안전한 공간은 이곳이에요. 나는 일기와 편지 속에서 자유를 느끼고 안정을 취해요. 

이 글 속에서 나는 퍼-억 괜찮은 척을 하지 않아도 진짜 괜찮은 사람입니다. 

그러니 부디 이 편지, 어쩌면 자유와 안전과 사랑을 읽어주겠어요?


이 노트가 끝이나 지혜에게 짠- 하고 도착하면

저에겐 매일 한 장이 지혜에겐 한 번에 받는 커다란 부담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요. 

그러니 최대한 간결하고 재미있게, 하루의 피로를 조금 녹일 수 있을 정도의 위트도 담아볼게요. 



지혜, 

닿을 수 있는 곳에 존재해주어 

늘 고맙습니다. 



덧, 나는 이 애처로움의 연결을 끊어낼 거예요. 


2022.1.27.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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