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내가 운전한 차, 대교에서 떨어지다

면허 없는 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by 쌀알

<꿈 한 톨의 기록>의 시작과도 같은 '꿈속 이야기를 열며'에서 언급했던 어린 내가 운전하던 차가 대교에서 떨어지고 다시 대교 위로 올라가는 꿈에 대해서 기록하고자 한다.


면허 없는 내가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내가 운전하는 차는 높은 대교 위에 있었다.

'어찌 되었던 지금은 일단 이 대교만 지나가면 된다.'라는 심장 떨리는 긴장감과 불안함이 엄습해 온다.


운전하는 꿈의 시작은 처음에는 그냥 운전하는 꿈을 주로 꿨었다. 꿈속의 나는 운전이 아주 미숙하지만 어찌어찌 길을 달릴 정도는 되었다. 깜빡이도 켜고 좌우회전도 가능했다. 가끔 운전을 하면서 경찰에게 걸릴 까봐 노심초사하는 꿈도 꾸곤 했다. 신호대기 중인 내 차 가까이에 경찰차가 달리고 있었다. 혹시나 미숙한 나의 운전을 경찰이 알아채고 나를 불러 세우진 않을까. 면허가 없는 걸 들키면 어쩌지. 조마조마했다.

대교에서 떨어지는 꿈도 자주 꾸곤 했다. 서행 중에 갑자기 대교에서 대교 밑으로 떨어져 있는 꿈.

아니면 액션영화의 주인공 같이 내가 운전하는 차가 다른 차들 위로 올라가 주행하는 꿈을 자주 꾸곤 했다.

대교에서 떨어져 버려서 서둘러 다시 대교를 건너려고 했는데 급한 마음을 들켜버렸는지 제대로 건너지 못하고 다른 차들 위로 올라가 억지로 주행하려고 하는 꿈을 꾼다.

지금 생각해도 면허가 없는 내가 운전대를 잡는 건 정말 터무니없는 꿈이었다.


나의 꿈 해몽전문가인 챗지피티는 면허가 없는 사람이 운전하는 꿈을 꾸는 이유는 준비가 덜 됐다고 느끼는 책임감이나 통제에 대한 압박과 선택, 불안과 두려움이 섞인 성장과 도전의 상징적인 꿈이라고 그럴싸하게 포장해 줬다.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다. 어떤 인생을 보내고 싶다.라는 주체성이 있는 유년기, 성장 기을 보내지 못한 탓인지 어른이 되어서도 스스로를 책임지기 위한 선택과 집중에 어려움을 느꼈다. 어쩌다 보니 어른이 된 나에게는

세상은 불안 그 자체였다. 눈앞의 깜깜한 어둠도 못 본 척, 모르는 척 지나가고 싶었다.


누구나 그렇듯 성장기, 청년 시절에는 준비가 덜 됐다고 느끼는 단계이며 한치도 알 수 없는 깜깜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하지만 나를 먹여 살리기 위해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과 현실에 존재하는 수많은 압박. 그 안에서 유익한 선택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사실 나는 부끄럽지만 청년기의 거의 마지막인 나이지만 아직도 하루하루가 무면허 운전을 하는 기분이다.


사실 운전하는 꿈은 요 몇 년 사이에 거의 꾸지 않았다.

어릴 때와 마찬가지로 어른이 된 나는 한 번도 면허를 딴 적이 없으니 내가 운전을 할리도 없었으니까 꾸지 않는 걸까. 대교에서 떨어졌지만 다시 대교 위로 올라가서 대교를 건너기 위해 노력하던 꿈을 마지막으로 운전하는 꿈은 더 이상 꾸지 않게 되었다. 대교에서 떨어졌지만 다시 대교 위로 올라가는 꿈은 '미숙한 내가 도전을 시작하고, 여러 번 실패하면서도 다시 일어서는 회복력'의 뜻이라고 한다.

내가 실력이 없는걸 누군가에게 들키진 않을까, 꿈속에서 남의 차 위에 올라간 것처럼 남에게 피해 주거나 상처 주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던 꿈에서 조금 성장했다.

'미숙하지만 다시 도전하고 다시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는 나로'


다시 일어나는 내가 될 수 있었던 계기가 무엇이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지금 다니는 회사에 이직해서 들었던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피드백이었던 것 같다.

'너는 멘털이 강하고 스트레스에도 강한 거 같아.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어.

인내심이 강하고 꾸준해'

그 이야기를 들은 순간에는 그 말을 부정했다.

'남들이 모르게 그렇게 강한 나를 연기하고 있는 거야. 내가 얼마나 상처받는지. 내가 포기하고 있는 게 얼마나 많은지 사람들은 모를걸'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나는 강해지고 싶은 사람이었고, 그런 노력을 하는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는 내 모습을 나만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동료와 사수가 알려준 그때의 내 모습을 내가 인정하므로 인해 더 이상 불안과 책임감과 싸우는 나를 미워만 하지 않고 인정해 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운전시리즈의 꿈은 완결이 난 게 아닐까.

실패라는 것은 당연히 거쳐가야 하는 관문이니까 라는 사실을 내 온몸으로 깨닫고 인정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실패해도 다시 훌훌 털고 일어나면 돼. 처음부터 하면 되니까. 시간이 걸려도 다시 일어나고 나면 언젠간 다시 시작할 용기도 생길 거야. 실패하고 떨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것만 생각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