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라는 말이 주는 거리감

‘낭만닥터 감사부2’ 원무과 사람들

by 박규영

‘우리의 일’이라는 표현만큼 선을 긋는 데 적합한 말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라는 말은 내부의 연대와 소속감을 통용하고 있습니다만, 만약 집단에 속하지 못한 누군가에게 ‘우리’란 자신과 자신이 속하지 못한 집단 사이의 거리감을 느껴지게 합니다.

공동체주의와 연대의무를 상징하는 단어 ‘우리’가 맥락에 의해 이렇게나 이질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일’이란 것은 집단과 집단, 집단과 개인 사이 혹은 다른 관계에서 나타나는 업무나 가치관의 구분, 차이를 의미합니다. 어쩔 수 없는 차이가 존재하는 현실이 때로는 삭막하게 들릴지도 모릅니다.

심지어 같은 집단조차 -관심사나 역할에 따라 생기는 집단 안의 또 다른 작은 집단이 생기기도 하니- 이견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극단적으로는 저마다 처한 환경과 생각이 다르니 그룹을 한없이 쪼갤 수도 있습니다. 결국 우리라는 단어는 이처럼 무한한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현장직과 사무직이 공유하는 가치관이 차이를 보이듯, 병원에서 의사와 간호사 혹은 원무과 사람들이 업무가 다르듯 거기서 나타나는 차이는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그 자연스러운 현상이 때로는 갈등을 낳기도 합니다. 업무가 다르다 보니 생기는 생각의 차이가, 그리고 가치관의 우선순위가 충돌하며 생기는 갈등이 대개의 경우입니다.

다음은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의 원무과 실장의 대사입니다.

“원무과 직원부터 청소하는 직원들까지. 돌담병원에 몸담고 있는 일반 직원들만 스무 명 가까이 되는데 병원 문을 닫아버리면 하루아침에 전부 다 어쩌라는 겁니까. 우리는 당신들처럼 정규직도 아니고, 전문직도 아니고 오라는 데도 없는데 길바닥에나 앉으라는 겁니까?

나두요. 우아하게 명분과 공의, 자존심을 위해 할 소리 다 하면서 한 번 살아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 자리는 그럴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줏대없는 팔랑귀 소릴 들어도 속 없이 웃을 수밖에 없고, 배신자 소릴 들어도 굽신거릴 수밖에 없는 겁니다! 살아야 하니까요. 그러니 문 닫자는 소리 함부로 하지 마세요.”

수간호사를 향한 원무 실장의 대사는 참 많은 생각이 들게 합니다. 환자를 위한 공의와 낭만은 돌담병원 구성원 모두가 함께 이루고자 하는 ‘우리의 가치’인 줄만 알았는데, 여전히 누군가는 현실의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환자가 중요한 의료 종사자와 병원을 구성하는 모든 이의 안위가 중요한 원무과의 가치관은 사뭇 달랐습니다. 물론 다른 종사자들도 환자를 위한 서비스를 중요한 가치로 여기지만 그보다는 역시 내 직장, 내 가족의 행복이 더 소중한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적자운영을 탈피하려는 원장 앞에서 의견을 굽혀야 하는 실장과, 그럼에도 수간호사는 의료인으로서 봉사의 의무를 져야 했기에 생긴 갈등이었습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란 건 이미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따분할 정도로 세상이 선과 악의 문제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아님을 배워왔습니다. 가치관의 우선순위가 충돌하여 생긴 갈등만큼 안타까운 것도 없습니다. 대부분의 가치가 저마다 소중함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과연 ‘낭만닥터 김사부2’에서 두 사람이 빚은 갈등은 어떻게 종결될지, 그리고 현실에선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그저 ‘우리의 일’이라는 말 안에서 생길 수 있는 삭막함을 인정하고, 모두가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것 같지만 실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 ‘우리’가 줄 수 있는 집단지성의 위대함만큼 그 반대의 경우도 사고할 수 있는 여유로움과 자비로움이 필요해 보입니다. 아마 세상이 그래도 잘 돌아가는 것은 한쪽으로 치우쳐있기보단 극과 극의 요소들이 경쟁하고 또 상생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소속과 연대일 수도 있고, 정반대의 것을 떠올릴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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