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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쫌생일기

영어도 못하면서 해외마케팅을 합니다.

by 던컨

얼마 전 중국의 한 C 커머스 담당자와 저녁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사실 그 C 커머스는 뉴스로만 남들이 하는 말로만 들어봤지 앱 다운 한 번 받은 적 없었기에 구매조차도

안 해봤는데 업무로 엮이고 나서는 세상이 C 커머스가 대세라고 하니 등 떠밀려 일을 하는 그런 상황이었다.


C 커머스 담당자는 중국인이었는데 정말로 적극적이었다.

내가 메일을 보내 놓고 퇴근을 하면 밤 9시, 10시에도 답장을 보내왔고

상대방의 이름 뒤에는 꼭 '님 (NIM)'이라고 한국식 존칭을 썼으며

한국어 공부에 진심이었는지 처음에는 더듬더듬했던 한국어도 만나는 횟수를 거듭할수록 세련되어졌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한국사람만큼 주변 국가인 중국과 일본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없다고들 한다.

일본인은 쪽발이, 왜놈이라고 낮잡아 보고 중국인은 짱깨, 되놈이라면서 멸시하는데 우리나라와

가까운 주변 국가들이다 보니 수많은 상호작용에서 발생된 단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멸칭은 아직도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되는데 C 커머스 담당자와 저녁식사를 가지고

"짱깨는 언제 보기로 했냐? "

"짱깨랑은 뭐 먹을 거냐?"

와 같은 질문에 덩달아 나도 멸칭을 써가며 대답을 했었다.

그렇게 약속한 날이 왔고 식사 전 양쪽에서 업무 관계자들이 참석하여 영어로 한 시간여 업무미팅을 했다.


한국사람끼리 한국어로 미팅을 하면 양념이라는 전문용어로 과장된 표현 사용이 넉넉하게 허용되기도 하고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들어 당황케 하는 그런 일이 다반사인데 외국인과 영어로 미팅을 하면 'Frankly' 'Honestly'라는 부사를 반복적으로 써가며 세상 솔직해지고 끊임없이 웃음포인트를 만들면서 하하 호호

웃으며 유쾌한 미팅 분위기를 만든다.

무슨 차이일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난무하는 영어 대화 가운데 '아 이건 회의록을 어떻게 만드냐?' 하는 고민이

밀려왔다.


미팅을 마치고 식사 자리로 옮겨서는 좀 더 개인적인 대화가 오갔는데 알고 보니 C 커머스 담당자는

중국어, 영어뿐만 아니라 러시아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에 능통해서 그 C 커머스 회장님의

동시통역으로도 활동을 했다고 하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지금 공부하는 한국어까지 세어보면 총 7개 국어를 하는 셈이었는데 더 놀라운 점은 모두 온라인 독학으로

이룬 성과라고 한다.


얘기를 듣고 나니 그가 단순한 담당자가 아닌 동시통역을 한 C 커머스 회사 회장님과 동급처럼 보였고

그런 그에 비해 이전까지 'C 커머스가 뭔가요?' 했던 나의 무성의한 태도와 더불어 '짱깨'라며 멸칭을

아무렇지도 않게 썼던 나의 대화들이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무엇보다 영어도 못하면서 해외마케팅을 한다는 나 자신이 가장 부끄럽고 한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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