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치매이신 엄마를 14년이란 오랜 세월 혼자 케어 해오셨다.
그렇다 보니 아빠도 이젠 기력이 안되시는지
올해는 유난히도 장염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시는 듯 싶다.
엄마는 잠시 우리 집에 오셔야 했고
외손녀에게 케어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가족들은 엄마를 요양원에 보내기로 하신 모양이다.
힘든 건 맞지만 그렇게 해도 괜찮을까 싶었다.
그치만 결국 나도 많이 지치다 보니 수긍하게 됐다.
아니, 주은이가 잘 도와주는 게 미안하고
한편으로 속상하고, 두 가지 마음들이 흔들릴 때
도우미 선생님 선생님이 말씀하신다.
"언니, 내일 합창이나 가자. 그럴수록 더 다녀야 해."
난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잠시 후
할머니 주무시는 동안 카페 가자 편의점 가자 하신다.
그 어떤 이야기도 들리지 않는다는 걸 아실까?
나를 위함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보지만
처음 맞는 불행을 남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을
이해하실 수 있을까?
결국, 저녁에 선생님께 카톡을 보냈다.
엄마 요양원 보내는 날 오빠가 같이 가자고 부탁했다고,
그러니 하루 쉬시라고.
그러자 쉽게 알았다는 대답을 하셨다.
다음날 아침
요양원 입소하기 전 건강 검진과,
행정복지센터 가서 등본 외 여러 서류가 필요한 모양이었다.
같이 준비하기로 한 오빠는 그만 여름휴가를 가셨고,
막내 올케 언니가 대신 왔었지만
왜 이렇게 늦냐며, 제대로 설명 해줬어야 하는거 아니냐며
센터장님께 화만 잔뜩 내고 가 버리셨다.
그걸 지켜본 요양사 선생님도 당황하고 그 이유를 몰랐는데,
서로 전달 상황에서 어긋난 모양이다.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까지 화낼 일일까?
이런 부끄러운 모습을 활동지원사 선생님께
안 보인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센터장님과 요양사 선생님은 준비 과정을 도와주셨고,
다 마친 후 엄마가 먼저 요양원에 가셨다. 나와 주은이는 엄마의 짐을 모두 같이 챙겨 요양원을 향했다.
집에서는 좀 거리가 되는 모양이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드디어 도착했고
엄마의 짐도 다 요양원 선생님께 드렸다.
현실이구나!
내가 모시기 싫어 그랬던 건 아닌데.
괜히 죄책감에 와르르 쏟아진 눈물.
엄마 첫 입소되고 점심 드시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시설도 둘러보고 이후 돌아왔다.
오는 길에 모든 절차를 다 도와주신 게 고마워
센터장님과 우린 같이 점심으로 옹심이를 먹고 집으로 향했다.
지치고 정신없는 하루지만,
집에 돌아와 엄마 빨래를 하면서
엄마가 잘 지내시길 소망해 보았다.
엄마가 많이 보고 싶을 거다.
혼자 생각하고 있은 때 주은이도 허전했을까?
할머니 보러 2주 후에 가자는 약속을 했고,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할아버지도
퇴원하기 전에 보러 가자고 해서 고마웠다.
며칠 후
아빠가 계신 병원을 찾아갔다.
아빠는 아마 돌아오는 토요일
퇴원하시나 보다.
다 나아서가 아니라 담당 의사 선생님이 서울 가셨기에
월요일에 서울로 진료 받으신 다나?
그러게 죽도 제대로 못 드시는 환자를
퇴원 시키는 병원이 왠지 원망스럽다.
아니, 둘째 오빠가 또 힘들겠구나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