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여행

by 미뚜리

바다 보고 싶다.

엄마의 작은 말에도

주은이는 귀 기울인다.


"우리 졸업여행 갈까?

돌아오는 일요일에 어때?

예배 마치고 바로 가면

될 것 같은데."

"나야 좋지, 그런데

돌아오는 월요일에

주은이 아르바이트 가잖아.

너무 피곤하지 않겠어?"

"응. 괜찮아 호텔 예약 잡을게"

"응"


그러게 참 든든한 마음이 든다.

기대도 되고...


일요일 아침,

눈을 뜨니 6시였다.

예배를 위해 부랴부랴 씻고

아침을 먹을 때

주은이도 급하게 준비하느라

숨 가쁜 아침을 맞이한다.

장애인 콜을 불러 교회로 향했다.

누군가가 나를 반기시는 것 같았고

우리 모녀는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첫 시간 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다시 장애인 콜을 불러

시외버스터미널로 향했다.

기다리고 있는 동안 목사님은

주은이를 기도해 주셨고,

권사님은 졸업선물로 용돈을 주셨다.

내게는 강릉 가면 추우니까

목도리도 챙겨 주셨다.

그러게 참 따스한 마음이 가득하다.


터미널에 도착했을 때

간단하게 간식을 챙겨서

강릉행 시외버스를

주은이와 함께 탔다.

그런데 너무 아침부터 서둘러서 그럴까?

난 차에 타자마자

그만 잠이 들어버렸다.

내가 눈을 떴을 땐

거의 다 와 가는지

시간은 두 시간을 향해 가고 있었고

옆에서 주은이는

음악을 듣고 있는지

귀에 이어폰을 꽂고

무언가 열심히 하는 것 같았다.

드디어 강릉에 도착했다.


약속했던 장소를 가려고

강릉시 장애인콜센터에 전화하는데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이유는 강원도 통합 콜센터에

내 번호와 정보가 뜨지 않아서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거였다.

결국 우리는 주문진인 호텔 쪽까지

일반 택시를 타야만 했었다.

기껏 강릉을 왔는데,

멀리서 왔는데

장애인 콜 못 탄다고

여행을 포기하기는 건

너무나 아까웠고

무엇보다 일반택시를 타다 보니

요금이 거의 3만 원이나 되었다.

그 정도의 택시비를 내면서까지

호텔 근처를 간 것이 너무 속상했다.

좋아하는 칼국수를 점심으로 먹으면서도

화가 풀리지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매운 것이 짜증스러웠고.

잘 타고 다니던 장애인 콜이 안 된다는 것은

여긴 강원도가 아니라는 뜻인가 싶었다.


주은이가 통합콜센터에 전화해보니

강릉은 통합콜로

휠체어 차량만 이용할 수 있다고 하신다.

강릉콜에 전화했을 땐

비휠체어 이용자도

통합에 등록 돼있으면 가능하다 했는데

통합콜에서는 안된다고 하니

혼란스러웠다.

시장에서 호텔을 향해 걸어 가는데도

쉽게 마음이 풀리지 않았다.

아니 괜히 강릉 오자고 했구나 싶어

순간 후회가 되었다.

호텔에 들어가서

속상한 마음을 다스려보고

피곤한 몸을 좀 쉬어보기도 했다.


주은이가 말했다


"엄마, 동물원 가는 것 어때?"

"나야 좋지.

주은이랑 있으면 어디든지 좋아."

"그럼, 장애인 콜 부를게.

내일은 춘천 가기 전에 바다도 보고 가자."

"응"


장애인 콜은 도착했고

우리 모녀는 동물원을 향했다.

요금이 2500원이었다.

아까와 달리 장애인 콜이 되어서 정말 다행이다.

직원 실수로 이용이 안된다고 했을 때

얼마나 막막하던지


동물원에는 꼬마 친구들이 많이 와 있었고

나 역시 어린 꼬마의 마음처럼

동물들이 신기하고

먹이를 줄 때 잘 받아먹는 게 너무 이뻤다.


토끼도 있었고 강아지도 있었고

햄스터와 새 종류도, 물고기 종류도

너무너무 많았다.

또한 직접 만져보는 기회도 있었는데

뱀은 말만 들어도 너무 무섭다.

가장 기억나는 동물이라면 거북이였다.

가장 빠르다고 해서 순진하게

그 말을 난 믿었다.

그런데 23살 남자 거북이는

걷는 게 너무 버거웠다.

도리어 내가 걸음마를 도와주고 싶었다.

등껍질을 만져보고 했는데

아저씨가 거북이를 내려놓게 되자

잘 가다가 내 방향으로 오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능청스러운 아저씨는

거북이 등을 만지면 돈이 생긴다고 하시자

아빠, 엄마들은 신 바람이

서로 만지고 있을 때

멍해진 나에게는 직접 다가와


"돈 필요하세요?

돈 필요하지 않으세요?"


하시는 바람에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구경 많이 하고 나와서

우리는 식당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숙주돈가스였던가,

양도 많고 맛도 좋았다.

다시 장애인 콜을 불러 호텔로 왔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이 피곤한 하루이지만

그래도 너무나 재밌었고

보람된 그런 하루를 보낸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하다.


다음날 아침 7시,

조식을 먹고

우리 모녀는 장애인 콜을 불러

안목해변을 향했다.

참 아름다웠다.

아니 이전에 속초 바닷가 놀러 갔던

그때도 떠올랐다.

바닷가 주위에는

카페도 식당도 많은 것이 편리했고

이쁜 산책길도 있었다.

무엇보다 신기한 우체통이 서 있었다.

그러게 미래의 나 자신에게

어떤 편지를 쓸 수 있을까?

그때도 난 여전히

바닷가를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땐 주은이가 아닌

좋은 친구와 올지도 모르겠네.

그때의 나도 내 발로 걸어 다닐 수 있길

바라보며 소망해 보는 우체통이었다.

구경하다가 카페도 가고

점심으로 꼬막비빔밥을 먹고

다시 강릉 시외터미널로 갔다.

춘천을 가기 위해 말이지.

나는 또다시 차 안에서 잠이 들었다.

내가 깼을 땐 춘천에 거의 와 있을 때였다.

춘천과 강릉이 2시간 거리라

긴 시간이지만

그래도 내겐 참

행복한 졸업여행이었던 건 맞는 것 같다.

졸업은 주은이만 하지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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