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전하는 고백

by 미뚜리

엄마는 늘 부지런했다.

이른 새벽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밭일을 하고

해가 져야 겨우 집에 돌아왔다.

그 덕에 작은 텃밭은

웬만한 시장보다도

더 종류가 많았다.

내가 고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엄마는 나를 앉혀놓고 고백을 하셨다.


"사실 있잖아 집 주위에

장애인 학교도 있었지만

엄마는 너를 보내고 싶지 않았어.

오빠들도 있으니까

잘 적응할 거라고 믿었기 때문에

일반 학교를 보내게 되었지.

또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어."


그러고 보니 엄마는 그렇게 해서라도

나를 강하게 키우고 싶었나 보다.

밭에서 고구마도 캐고,

고추도 따고

엄마가 하는 일을 나는 늘 따라서 했다.

나 역시 그것이 싫지는 않았다.

늘 엄마와 함께였고

운동도 늘 함께했다.

방학 때가 되면 바쁜 엄마를 위해

더 많이 도와야 했다.

집 청소도 스스로 하고

세숫대야에 빨랫감을 가득 담아

동네 빨래터로 가서 빨아왔다.

그래서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뭐든 스스로 하려고 하고

두려움 보다 앞서던 도전정신.


개학을 하고 학교를 가면

고등학생이다 보니

야간자율학습을 했었다.

그런데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면

막차가 늘 아슬아슬했었다.

지나가는 버스를 일일히 세워


"16번 버스인가요?"


라고 물어봐야 했었다.

그래서 겨우 타면

내릴 때도 문제였다.

가로등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길을 알아볼 수 없었다.

집을 찾아가기가 너무나 막막했지만

불빛만 따라서 걷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그러다 보니 논에도 빠지고

하수구에도 빠지고

그래도 그것이 당황스럽거나

억울하거나 슬프거나

그러진 않았던 것 같다.

그냥 당연하다 생각했다.

그래도 집에 왔으니까

다행이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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