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병실 복도에서
걷는 연습을 했었다.
퇴원의 꿈을 꾸고
특수학교 선생님이 주신
책을 절반쯤 읽었을 때,
교만이 생긴 걸까?
의사 선생님이 보일 때마다 나는
언제서부턴가 떼쓰기 시작했다.
"선생님 나 언제 퇴원 해요!"
"많이 좋아진 건 맞지만
좀 지켜봐야 해요."
그 말을 듣자 나는 한숨이 나왔다.
집이 궁금하고,
누렁이가 궁금하고,
오빠 가게가 궁금한데
다리는 언제쯤 나아질까?
처음엔 그래도
늘 누워서 밥을 먹다가
이젠 앉아서 밥도 먹고,
화장실도 혼자 가는데
너무도 지루한 병원 생활 도중에
11층을 가게 되었다.
거기에는 도서관이 있었다.
환자들이 여러 책을 들고 다니며
볼 수 있게도 해주시지만
11층에 올라가면
더 많은 책을 볼 수 있다.
나는 시집책을 너무너무 좋아한다.
'접시꽃 당신'도 좋아하고,
박목월 시인도 좋아한다.
엄마는 내게 말했다.
"퇴원하게 돼도 당분간은 힘들거야.
그니까 막내 오빠 가게도 쉬어, 알았지?"
"응"
그러게 왜 하필 다쳐가지고
이렇게 일이 꼬이고 꼬였을까?
그 오토바이를 타지만 않았더라면
괜찮았을 텐데, 후회가 된다.
3주 후 정말 퇴원해 집에 왔다.
그렇게 그립던 집에 왔는데
늘 혼자 있어야 하는 게
그게 문제였다.
엄마 아빠도 일하러 가고
오빠도 일하러 가고
오로지 집에 있는 건 나뿐이었다.
친구 말대로 정말 방통대에 지원 해볼까?
매일 가는 학교도 아니고
오로지 시험 볼 때와
출석 수업할 때만 학교를 가니
괜찮을 듯 싶었다.
생각난 김에 나는
방통대를 추천해준 친구에게 전화했다.
"방통대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해?
뭐가 필요해?"
"원서를 내야 하고
거기에 필요한 서류가 있을 거야.
준비해서 제출하면 돼.
학교 가기로 했구나, 잘했어.
너 퇴원했다 그랬지?
책 가지고 너희 집에 갈게
다음 학기에 입학하면 되겠다."
"응"
친구 말대로 방통대나 다니지 뭐.
막내오빠에게 방통대 다닐 거라고,
친구 집에 책이 있는데
그 책을 나에게 주기로 했다고 했더니
오빠는 말했다
"오빠가 데려다줄게,
우리가 직접 가져오자."
"응"
우리는 그렇게 해서 책을 가져올 수 있었고
덕분에 친구도,
친구 어머니도 만날 수 있었다.
이야기 들어보니 그 친구는
시외버스터미널에
매표원으로 일하고 있나보다.
그 이유로 학교를 포기했다나.
그래서 내게 입학을 권한거라고 고백했다.
겨울날.
정말 입학원서를 준비하고
방통대를 향했다.
그런데 도중에
한 아저씨를 우연히 만났는데
공공칠 가방을 들고 있었다.
나를 보며 하시는 이야기가
"대학교 가고 싶어?
가고 싶으면 말해,
내가 도와줄게."
하시는 게 아닌가?
처음 본 사람한테 그런 말을 한다고?
순간 난 무서워졌다.
남을 함부로 믿으면 안 된다는 걸
이미 나는 배웠다.
원서 제출 후 합격이 되었고,
봄이 되었을 때
출석 수업을 하루 한다고 해서
학교로 찾아갔다.
근데 그때 그 공공칠 가방 아저씨가
교수님이였다.
이런 인연도 있는 거구나 하며 순간 놀랬다.
교수님은 말했다.
"우리 저번에 만났던 사이 아닌가요?
여기서 다시 보네요.
반가워요"
"네 교수님"
당황한 목소리로 수업을 들었다.
그때부터 교수님은
날 놀리기 시작한다.
"그때 본 학생이었지,
악기든 뭐든 다 가르쳐 줄려고 했는데
그때 왜 도망갔어?"
죄송한 생각도 들고
뭐라고 대답할 수가 없었다.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