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가 울렸다.
누구지?
방통대 교과서를 주던 그 단짝 친구였다.
전화를 해보니 만나자는 거였다.
그래서 버스를 타고 친구가 있는
시외버스 매표소에 찾아 갔다.
친구는 무슨 일인지
다른 때와는 너무도 달랐다.
비싸 보이는 시계를 차고 있었고,
옷차림도 다른때와 너무나 달라 보였다.
나는 물었다.
"너 무슨 일 있니?"
"아냐, 나 있잖아 남자친구 생겼어."
"누군데?"
"그냥 좋은 사람이야"
그리곤 친구는 내게 갑자기 물었다.
"우리 바람 쐬러 속초 같이 가지 않을래?
우리 같이 차에 탈 때 직원이라고 말해, 알았지?
같이 다녀오자."
다른 때와 무언가 달라 보이는 건 나만 느끼는 걸까?
친구가 무언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면 내 착각이겠지.
아무 일 없을 거야.
결국, 우린 버스를 타고 속초로 향했다.
바닷가에 발을 담그며
어린아이가 되었다.
불장난도 치고,
같이 모래 길도 걷고.
좋은 시간이었는데
춘천에 다시 돌아와서 까지
친구는 무언가
말을 하려다가 마는 것 같았다.
집에 가는 버스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친구는 쉽게 이야기 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난 그냥 집으로 왔다.
방에 들어가 늘 그렇듯
라디오를 들으며 엽서에 응모해 보고,
지난번에 특수 학교 선생님이 주신
월간지 책을 다시 펼쳐보고.
우연히 발견된 건 펜팔란이었다.
펜팔란 옆에는 퀴즈와 함께
"성인식을 축하해요"
라는 주제의 사연도 받고 있었다.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간단하게 나도
친구에 대한 사연을 적어 보았다.
"OO아 스무살 성인이 된 것을 축하하고,
앞으로도 친하게 지내자."
엽서에 곱게 적어 놓았다.
그리고 잠들어 버렸다.
다음날 아침,
친구가 다시 삐삐를 남겼다.
그래서 난 전화를 해 보았다.
다시 만나자는 거였다.
버스를 타고 내리자 우체통이 있었다.
그래서 펜팔과 퀴즈, 축하 엽서 3장을 모두 넣었다.
그리고 약속 장소에서 친구를 만났다.
자기가 사는 자취방으로 데려가는 거였다.
아주 작은 방이었다.
주방이 따로 분리가 되어 있지 않은
작은 방이었다.
친구는 말했다.
"나 곧 결혼하기로 했어"
"그래? 잘됐네"
"근데 부모님이 많이 반대해"
"이유가 뭔데?"
"사실은...그 사람은 유부남 이거든"
"내가 잘못 들은 거지?
나 안 들은 걸로 할게"
방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친구가 붙잡아 말했다.
울면서
"나도 속상해, 그치만
그 사람 아니면 안될 것 같아.
이미 그사람 아이를 가진걸"
"남의 가정 망가트리고
너 잘 살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니?
앞으로 우리 보지 말자.
너가 너무 무서워 "
난 등을 돌렸다.
집에 가는 내내 신경이 쓰였다.
그 친구가 그런 환경이 될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고,
결국 알아버린 그 친구 부모님도
충격으로 난리가 아니셨다.
조상님 산소를 잘못 썼나 보다며
나에게 전화로 하소연 하셨다.
친구 엄마는 내게
너가 좀 알려주라며
부탁을 하시곤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결국 그 후 그 친구는 잠적해 버렸다.
친구를 하루아침에 잃은것 같아
나는 마음이 너무 아프다.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일년이 갔는데
그 친구 소식은 들을수 없었다.
순간 내가 너무 지나쳤나 싶어
자책에 빠져 있을 때,
내게 한곳에서 연락이 왔다.
"****월간지 인데요.
보내주신 그 사연 그대로 올려도 될까요?"
"네"
전화를 끊고 한동안 가지 못했던 오빠 가게를 갔다.
어수선한 내 마음도 그렇지만 오빠도 궁금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