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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스띠모 Oct 04. 2023

몽골 | 몽골의 흔한 일과

초원에 누워서 첫키스를 할 거야, 3 weeks in Mongolia

아르바이헤르 동네를 둘러볼 새도 없이 아침을 먹자마자 푸르공을 탔다. 하루 일과를 시작할 시간이다.

몽골의 흔한 일과는 주로 ‘푸르공'이다. 해가 떠있는 시간에 우리는 주로 푸르공에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내게 ‘푸르공에 하루종일 있으면 심심하지 않나요?’라는 질문을 했었는데, 사실 주로 심심했다. 하지만 내가 심심함을 느낄 때는 육백수 모두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차 안에서 노땡스 게임이나 윷놀이 판을 펼칠 수는 없었다. 윷놀이를 했다간 푸르공 바퀴가 작은 돌을 하나 밟을 때마다 말이 다 튀어나가 게임을 진행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지루함을 이겨내기 위해 하나의 게임을 시작했다. 각자 종이에 질문에 대한 답을 적은 다음, 옆 사람에게 넘기면 그 종이를 넘겨받은 사람이 자신의 종이에 적힌 정답, 그러니까 인물 또는 동물, 사물. 어쨌든 정답을 맞춰야 하는 게임이었다. 동물, 배우, 국가 등 많은 주제가 나왔는데 그 중에서 가장 어이없었던 정답은 준수가 적고 내게 넘겼던 ‘아르마딜로‘였다. 나도 나름 개그욕심이 나 준열이한테 ‘스라소니'를 건넸는데, 이건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동물이었다. 

아무튼 이런 게임을 3번 정도 반복하다 보니 시간이 꽤나 많이 지나있었다. 자리 선정에 진심인 우리들은 이 게임을 다음날 자리를 정하는 게임으로 이용하였다. 나는 자리 선정 배 ‘배우 맞추기' 게임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해 다음날 순방향에 앉아 갈 수 있게 되었다. 

분명 출발한지 10시간이 넘어가는데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다. 뭔가 이상하다 생각했을 즈음 알타이에 도착했다. 9시가 넘어서 도착한 바람에 마을은 이미 깜깜해진 후였다. 꼬박 12시간이 걸린 여정이었다. 

숙소 컨디션 따위 신경쓰지 않던 나였지만 전 날 너무나도 높은 퀄리티의 숙소에서 머물렀다는 이유로 하루만에 눈이 높아졌다. 하지만 여긴 몽골이니 너무 기대해선 안 된다. 문을 열자마자 몇십년동안 묵혀진 담배냄새가 났는데, 알고 보니 이 숙소는 1958년에 지어졌단다. 아마 65년간 방 환기를 제대로 시키지 않았을 확률이 아주아주 높을 것이다. 게다가 이 방은 온수도 잘 작동하지 않았다. 몸을 대충 씻고 침대에 몸을 잠깐 뉘었더니 다음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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