툰드라에서 온 손님 5.

대학교 연구실

by 늦은구름

풍뎅이들은 각기 살기 위한 활동을 정상적으로 했다는 결과를 보여 주었다. 어미는 번데기를 다 먹었고 움직임이 느리지만 움직이고 있었다. 새끼들은 풀을 먹는 것이 작은 몸집에 어울리게 활발하였다. 넣어

준 풀이 줄어든 게 표가 났다. 일단 안심이 되었다. 서로 싸우는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하긴 먹을 게

충분한데 싸울 리가 없지 싶었다. 모체의 등딱지를 들어서 날개 밑에 있는 무늬를 확인하고 싶었다.

육각형의 경계가 도드라져 있는지가 제일 궁금했다. 일지에 궁금한 것도 적었다.


새끼가 자라고 떠난 자리가 연구되어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종이라면 알아야 할 게 너무나 많다. 과연

연구소장도 그런 연구심이 있을는지 조금 의문이 있기는 하다. 그의 과거 행적이 어땠는지 알 수가

없으니 앞날도 짐작하기 어려웠다. 일단 내 손을 떠나면 모든 건 그의 뜻에 달려있다. 남의 제사에 감

놔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연구소장은 수일 내로 오겠다고 했다. 날짜를 정하지 않는 것이 의아했으나

이해하고 넘어갔다. 연락이 왔을 때는 당장이라도 가져가겠다는 말이 나올 줄 알았다.


그의 태도로 보아 업무 순위가 자꾸 밀리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연구소장의 사정을 알지 못하기도 하

거니와 자기의 생각과 각도가 점점 벌이지는 건 아닌지 불안했다. 만약에, 만에 하나라도 못 가져간다고 하면 어찌할 것인가 대비책을 마련해야 했다. 자기 혼자 온갖 상상을 하는 것이 쑥스럽기도 했다. 허 허,

곤충 하나 때문에 고민을 하다니. 두 주가 지났다. 시간이 그렇게 빠른 줄 예전에 알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더 빨랐다. 연구소장은 연락이 없었다.


그럼 다른데 알아보아야 하는데 지난번에 연구소라는 이름이 붙은 곳으로 모조리 전화했을 때 시큰둥

하니 대답했던 걸 상기하고 다시 그 시원찮은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맥이 빠진다.

도대체가 한국엔 곤충에 간한 연구를 할만한 사람이 이렇게 없단 말인가? 자문해 봐도 답이 나올 리 없었

다. 만성 씨는 한 가지 방법을 쓰기로 했다. 네이버에 올려서 사삼들의 관심을 끌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이버에 일단 툭 던져보자. 어떤 반응이 있을 것이다. 반응에 따라 계획을 세우면

된다.


그런데 내 블로그가 없으니 어떻게 하면 좋은가. 한 가지 방법은 아무 데나 들어가서 댓글을 다는 건

어떨까? 미친놈 소리를 듣겠지. 만성 씨로서는 생각나는 게 그것밖에 없었다. 그러나 차마 뜬금없는

댓글을 달 수 없었다. 함부로 살아온 세월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한 돌아오는 반응을 감내할만한 자신

도 없었다. 인터넷을 뒤지는 일로 며칠을 보냈다. 그동안 광교풍뎅이 새끼들은 자라서 등껍데기 색깔도

갈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으로 여겨졌다. 모체는 별 시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여러 번 새끼를 분리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판단했다. 연구소장은 못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주는 예의라도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차가 있다면 당장이라도 연구소를 찾아가서 소장을

만나 가부간 에 대답을 들을 수 있으련만. 만성 씨는 내가 칠십 대였다면 연구열과 욕심으로 남에게 넘기

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을 거라고 뇌인다. 오! 이런 세월을 원망해야 되나? 만약에 신이 있어

운명을 결정하는 거라면 '너는 거기까지 이니라. 더 무엇을 바라느냐? 현재에 만족하고 감사하라!'라고


꾸짖을 거다. 그럼 어떻게 하라고. 저 출처도 밝혀지지 않은 생물체를 마냥 안고 갈 수도 없고, 내 팽개

칠 수도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만성 씨는 맥이 빠져나가는 걸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대학교에 알아보기로 했다. 인터넷에서 서울에 있는 제일대학교와 충북에 있는 C대학교가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먼저

제일대학교 대학원 농생명공학부 곤충학과로 전화 했다. 곤충계통 분류학실로 전화하니 받지 않았다.

곤충계통 분류학실로 전화를 하니 받지 않았다. 곤충 미생물학실로 걸었으나 교수가 부재중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세 번째로 연락해 본 곳이 곤충생태학실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담당 민 교수가 직접 전화를 받았다. 만성 씨는 곤충 생태학실이 맞느냐는 말로 확인한 후

용건을 늘어놓았다. 연락하기도 힘든 터에 교수가 직접 받았으니 매달리는 심정으로 딴에는 간략하게

말했다. "교수님, 다름이 아니고 저는 수원에 사는 최 만성이라고 합니다. 제가 수원에 있는 광교산에서

좀 색다른 곤충을 발견하여 관찰하고 있습니다. 이 곤충은 풍뎅이와 흡사한데 특이한 점이 있어서 전문

연구기관에서 사육 내지는 연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전화를 드리게 됐습니다.


얘는 특이한 점은 곤충이 나올 시기도 아닌데 산에 있었다는 것과, 또한 가지는 먹성이 좋아서 풀이고

동물성이고 다 먹어 치운다는 것입니다. 대개 곤충의 식성은 식물 아니면 동물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일반 풍뎅이보다는 조금 큽니다. 교수님께서 관심이 있으시다면 제가 인계할 용의가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만 인계 시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조금 길게 미리 적어둔 것처럼 막 힘 없이

얘기했다. 자신도 술술 나오는 말에 스스로 놀라고 있었다. 교수가 수화기 너머로 대답했다.


"네, 무슨 말씀인지 잘 알아들었습니다. 그 곤충이 정말로 풍뎅이를 닮았습니까?"

"예, 머리 앞부분에 뿔이 있는 건 아니고 날카로운 턱이 있습니다." "어르신의 말씀을 알겠습니다

만, 더러 엉뚱한 제보고 헛수고하는 일이 있어서 확인하는 겁니다." "예, 그러시군요. 그리고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말하지 않는 것은 어떤 대가를 요구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혹시 의심하지 않을까

해서 말씀드립니다." "네, 잘 알았습니다. 그러면 주소를 알려 주시지요."


"교수님의 핸드폰번호로 문자를 보내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주소를 문자를 보냈다. "그럼 언제

사람을 보내시겠습니까? 바브시니 다른 사람을 보내실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네 수일 내로 보내

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제보에 감사드립니다."

만성 씨는 첫 거래를 튼 사업가처럼 해냈다는 뿌듯함을 맛본다. C대학교에도 전화를 했다. 내친김

에 광교풍뎅이를 두 군데에 분양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 것이다.


연구에 경쟁이 붙을 것이고 어떤 일로 한 곳이 문제가 되어도 한 군데는 성공할 수 있을 거란 판단이었다. C대학교엔 곤충계통 생물정보학 실험실이 있었다. 만성 씨는 학문이란 게 발전할수록 세분화

되는 건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여하튼 지도교수 J교수에게 전화를 했다. 마침 J교수가 전화를 받았다.

속으로 오늘 운이 좋은 날임에 틀림없다고 하며 자기소개를 한 후에 가지고 있는 곤충얘기를 간략하게

했다. 임시저장 08.21. 맞춤법에 의해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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