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정

by 모니아

나에게 처음, 넌 더이상 어린애가 아니라고 말해준건 내가 누웠던 벤치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여기저기를 떠돌던 25살의 겨울, 아버지의 장례식. 수많은 사람이 찾아와 주었다. 어머니는 진작에 실신하여 뒷방에서 쉬고 계셨다. 갑작스럽지 않게 다가온 큰 변화에 맞서야한다는 현실을 부정하며 식장 건물 바깥으로 나가 벤치에 누웠다. 벤치가 너무 작았다. 이미 다 자란 나의 몸을 뉘이기엔 벤치가 참 작았다. 내 덩치가 너무 컸는지도 모른다. 벤치가 ‘넌 이제 어린애가 아니야’라고 현실을 일깨워주는 것 같았다.

“계속 누워 있을거야?”

머리 위에서 너가 말을 걸어주었다. 초상을 치르느라 전화번호부에 있던 사람들에게 무작위로 식장 주소 문자를 보냈더니, 몇 년동안 연락이 없던 어색했던 너는 한번도 본적 없는 우리 아버지를 위해 직접 와주었었다. 괜찮냐고 물어봐주지는 않았다. 그래서 다행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힘들었다. 물론 넌 아무런 뜻없이 물어봤을 것이다. 그렇게 자리 차지하지 말고 일어나라, 내가 옆에 앉을 자리를 만들어달라는 뜻으로 물어봤을 것이다.

“아니, 일어나야지. 일어나야지….”

누워있을 때는 그렇게 작던 그 벤치가 더이상 작게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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