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밑천인가 도둑인가
오랜만에 아버지 생신을 축하하려 친정집에 왔다.
오전 5시 반... 아침을 깨우는 음이탈 닭소리는 어디 가고 예쁘지만 좀 수다스러운 새소리에 눈이 떠진다.
이쯤에서 음이탈 닭의 안부가 궁금해지는 찰나
"꼬끼오~~~~~~"소리가 들린다.
오늘은 내가 먼저 일어났다 뿌듯해하며
피식 웃었다.
4월 5일 오늘은 청명이고 부활절이고 식목일이다.
날이 좋아 그런가
일흔이 넘은 사위와 일흔을 바라보는 맏딸이신 부모님께서는 외할아버지 산소에 가 산소를 돌보시려 아침상을 벌써 물리시고 삽과 곡괭이, 호미를 챙겨 이미 만발의 준비를 끝내셨다.
서울서 내려오고 계실 외삼촌을 기다리시며 커피 한잔의 여유를 가지신다.
아침밥으로 이미 배가 찼지만 언제 다시 먹을지 모를 안동식혜를 한 그릇 먹었다.
아... 언제 준비하신 거지??
거실 한편에는 맏딸네 보낼 뭔가가 바리바리
쌓여있다.
사위가 좋아하는 소분한 청국장과
손녀들이 좋아하는 깻잎김치, 곤짠지
손수 키워 손질까지 마친 시금치와 쪽파
지난가을 농사지은 볶은 참깨와 참기름
우리 고추밭에서 캐 손질까지 마친 냉이
직접 눌러 만드신 누룽지
농사지어 쪄 말린 고추부각
사돈댁과 나눠 먹으란 잔소리가 보태진다.
내가 챙겨 온 것의 두 배를 가져가는 나는 살림밑천이 아닌 도둑이다.
인사를 하고 떠나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화장품 가방에 돈 있을걸.
주은이 하은이 공부하느라 힘든데
용돈 쪼매 넣었다. 꼭 줘래이~"
역시 딸만큼 귀한 손녀 사랑이다.
이참에 나도 이실직고를 한다.
"엄마, 내 침대 베개 밑에 꼭 봐!"
계좌이체보다 재밌는 용돈 찾기는
우리집만의 전달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