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손톱 틈에서 아버지를 발견했다. 아버지는 허락도 없이 내 손톱 틈에서 태아처럼 웅크리고 있었다. 출근하던 나는 그런 뻔뻔한 아버지를 쳐다봤다. 아버지는 내가 자신을 쳐다보든 말든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그런 아버지의 뻔뻔함에 감탄하다 차로로 걸어 들어갈 뻔했다. 정신을 차린 나는 내 코앞을 지나간 자동차의 경적소리를 반고리관으로 여러 번 겹쳐서 들으며 손톱 틈을 힐끔 쳐다봤다. 틈에는 여전히 아버지가 웅크리고 있었다. 나는 아버지의 깨끗한 맨등을 바라보며 그것 참 고난 없는 등이라고 생각했다. 아버지의 등은 아무것도 올려두지 않고, 짊어지지 않는 등이었다. 아버지의 고난은 모두 어머니가 짊어지고 사셨다.
“어머니가 죽어서 이제 저한테 붙는 거예요?”
아버지의 반쯤 벗겨진 머리카락은 단 한 올도 나를 향해 움직이지 않는다. 치사했다. 나는 아버지가 너무 치사했다. 나는 가방에서 볼펜을 꺼내 손톱 틈을 박박 긁어댔다. 하지만 볼펜심은 아버지가 웅크리고 있는 곳까지 닿지 않았다. 아버지는 볼펜이 긁는 곳보다 0.1mm정도 더 들어가고, 더 들어가고 했다. 나는 화가나 볼펜을 바닥에 던지고 밟았다. 볼펜은 얇게 조각났다. 검어진 손끝을 감추기 위해 주먹을 쥐었다.
아버지는 사람을 귀찮게 했다. 괜히 가만히 있는 나에게 시비를 걸고는 했다. 어머니는 언제나 일을 나가 있었고, 나는 아버지를 무시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내가 일부러 멀리 있는 고등학교를 지원해 친척 집에 세 들어 살 때까지 아버지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나에게 시비를 걸고, 또 걸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버지는 한가했다. 하루 종일 텔레비전 앞에 앉아있었다. 움직이는 시간이라고는 술을 사러 밖으로 나갈 때뿐이었다. 그 시간에 아버지의 자리를 들여다보면, 그곳에는 아버지의 엉덩이 모양으로 바닥이 움푹 들어가 있었다. 구역질이 났다. 나는 아버지가 기생충 같다고 느껴졌다. 아버지를 잘라내고 싶었다. 아버지의 손가락이 잘려 나간 것처럼. 어쩌면 아버지는 그때 모두 잘려나가는 게 나았을 것도 같았다.
아버지도 한 때는 일을 했었다. 아버지는 하루 종일 공장 한쪽에 서서 어디에 들어가는지도 모르는 쇳조각을 만들어냈다. 아버지는 그렇게 말했다. 어디에 들어가는지도 모르는 쇳조각, 어디에 들어가도 별 쓸모가 없어 보이는 물건. 나는 아버지가 자기소개를 하는 줄 알았다. 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내가 태어나면서 밤새 어머니 옆을 지키다 잠을 잘 자지 못했다. 그래서 졸다 손가락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 말을 하는 아버지의 눈은 술에 취해 풀려있었고,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내가 아버지를 무시하니까 저런 식으로 내게 죄책감을 느끼게 하고 싶나? 나는 아버지가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어머니의 상을 치르고도 나는 돌아가지 않았다. 친척들은 나에게 아버지에게 돌아가 같이 사는 게 좋지 않겠냐고 말했지만,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나는 혹시 아버지가 생활비를 보내주지 않냐고 물었다. 친척은 생활비는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나를 친척 집에 맡기며 매월 몇십만 원씩 생활비를 건냈다. 아버지가 생활비를 내고 있다는 건 의외였지만, 나는 여전히 아버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버지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학교 앞 문방구로 들어가 끝이 뾰족하고 얇은 제도샤프를 샀다. 손톱 틈을 바라보자 아버지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 주먹을 쥐었다. 손톱을 보지 않고 손톱 틈을 제도샤프로 헤집었다. 너무 따가워 손톱을 힐끔 보자, 손톱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아버지는 없었다. 나는 피 묻은 샤프를 손에 꼭 쥐었다. 날 쳐다보던 아버지의 얼굴이 각막에 새겨진 것처럼 선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