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휴게소

by 소진

신음하는 먼지가 자라는 밤에

나는 먼 곳으로 떠났다


버스가 마지막으로 멈춘 휴게소에

어색하고 두근거리는 표정을 하고

들어가 담배를 샀다

사람을 속이는 것이 나의 천성이라

거짓을 말할 때는

나 자신조차도 속여야한다


어떤 영화에서 들었는데

나는 그렇게 멋있는 대사를

멋대로 내뱉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냥 침만 몇 번 삼켰다


내 손은 차갑고 말라서

뜨겁고 축축한 것을

부여잡으면, 도무지 놓지 못 한다

체온을 뺏긴 동물에게 남은 차가움에 대하여


내 코 앞을 서성일 희미한 빛과 얼룩을 상상한다

눈을 뜨면 모든 고통이 사라질 것을 알지만

도무지 눈을 뜰 수 없다

내가 도무지 눈을 뜰 수 없었기 때문에

애인은 시간 맞춰 버스를 타고 떠나버렸다


나는 차창 너머로 애인의 옆얼굴을 본다

내가 몇 번이나 손끝으로 만졌던

얼굴의 선, 빛과 그림자

나는 휴게소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부은 눈을 좀처럼 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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