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회피하고 싶었던 감정들

by sujin

예쁘고 바쁜 하루가 흘러갔다. 시간이 씨앗처럼 심어놓으면 자라서 알아서 성장해 가는 것 같았다. 일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감정을 느낀다. 외로움도, 애달픔도. 고달픔 뿐만 아니라 부드럽고 어려운 다양한 감정들이 내게 머물렀다 지나간다. 내 세상에 다채로운 감정들이 칠해진다는 게 점점 당연한 일이 되어 가고 있었다. 편안함과 안도감 이외에 다른 감정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절대로 익숙하지 않았다. 감정에도 데이고 아프고 쓰라린 게 있어서 느끼고 싶지 않았다. 나는 회피하는 걸 좋아했지 감내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누적되면 스트레스가 되었다. 사소한 감정들이 내게 닿으면 빗방울처럼 후두둑 내리쳤다. 화내지 않기로 노력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만 같아서 두려웠다. 억지로 참고 절제해 온 생각들이 튀어나올까 봐 무서웠다. 사랑이란 게 항상 예쁜 모양은 아니었다. 질투도 하고 뾰족하고 얼음칼 같은 모양들도 있었다. 잊어버리고 싶은 사랑의 모양은 세모처럼 생겨서는, 마주칠 때마다 자꾸 마음을 긁었다. 자존심을 긁는 사랑의 형태들은 나를 갉아먹었다.

쥐가 먹는 치즈처럼 나를 한 입씩 베어 먹는 사랑들은 싫었다. 트리거를 건드리는 사랑은 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