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현대사회

예민함이라는 고마움

by sujin

혹자는 예민함이 어떻게 고마움이 되는지 물을 지도 모르겠다. 예민함이라는 건 확실히 힘들고 불편하다. 나 같은 경우, 스트레스받는 일에서 나를 지켜야 하기에 성급한 행동은 시도도 않게 된다. 수십 번을 더 생각해서 결정한다. 나는 아주 작은 자극에도 놀랄 정도로 긴장하는 사람이니까.


가령 생각이 많고 복잡한 나 자신 때문에 몸에도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신체화 증상이란, 너무도 익숙한 일이 돼버렸다. 내 통증을 잘 설명할 수 없을 때, 내가 예민하다는 걸 느낀다.


인간관계에서도 머리가 아파서 휴식이 자주 필요하고, 책을 읽다가 정신에 느껴지는 이유 모를 통증에 쉬어야 한다. 심리상담은 쥐약이다. 내 상태를 설명하는 게 난감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싸우는 장면을 보면 멀리 피해 가고, 서점에서 좋아하는 책이나 굿즈를 보면 그 자리를 벗어나기 힘들다.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다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가 나오면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행복하다. 산책할 때 맡는 맑은 공기는 너무 사랑해서 못 견디는 어떤 것이다.


슬픔과 우울함과 잔잔한 행복이 공존하는 삶에서, 나는 그렇게 성장해 왔다. 행운이 언제 날 비껴나가고, 고해가 언제 시작될지 몰라도 집이라는 공간이 있어서 버틴다. 이해받지 못해도 살아가는 이유는 가끔 아름다운 게 있으니까.


즐거웠던 기억이 생각보다 커서 나름 나를 살아있게 해 준다. 세상살이에 지쳐도, 음악은 존재하고 책은 항상 주위에 있으며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마음에 가득하다. 새로운 것 투성이의 세상을 사랑한다. 과학의 진기함을 믿는다. 예민함의 이유를 믿는다. 존재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람을 즐겁게 해 줄 날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