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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Jun 23. 2023

소방관들을 위한 특별한 한 끼

짜잔

 처음 쓴 글, 이유는 단순했다. 소방서에서 복무하면서 글만 써도 휴가 하루, 잘 쓰면 특별휴가 3일을 준다고 해서 썼다. 글을 써보지도 않았고 심지어 잘 읽지도 않는 나였지만 휴가 하나 받으려고 펜과 노트를 잡았다.


학창 시절 내내 펜은 잡지도 않고 학교 끝나면 마트 시식코너에서 프라이팬만 잡고 일하던 사람이어서 한 글자조차 쓰지도 못했다.


 방법을 바꿨다. 핸드폰이 더 익숙한 나는 핸드폰 메모장을 켜고 두 엄지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이면서 메모장을 채워갔다.


기대 없이 글을 냈는데 휴가와 작은 기념품을 받았다.


 전역을 했다. 복학까지 애매하게 남은 시간 모아둔 돈을 까먹으면서 여행도 가고 놀러도 다녔다. 시간은 많았지만 돈은 한정적이었다. 매일매일 놀러 다니니 계좌의 숫자들이 점점 줄어들었다. 돈을 벌어야 한다.

  한참 코로나가 심해서 배달음식을 많이 시키는 걸 보고 배달알바를 하기로 했다. 생각보다 수입은 쏠쏠했다. 당연히 가족들은 반대를 했다. 엄마가 내가 글을 써서 휴가를 받았던 걸 떠 올리셨는지 배달아르바이트하지 말고 돈 줄 테니까 글을 쓰라고 했다.


인세로 배달 300건을 해야 받을 수 있는 돈을 받았다.


을 안 나가니 누워만 있거나 또 돈을 쓰러 싸돌아 다녔다. 아무리 생각해도 쓸 말이 없었다. 집에 들어와서 글을 쓰려고 하면 집중력이 없어서 누워서 핸드폰만 잡고 유튜브, 모바일 게임을 하면서 낄낄거렸다. 보던 엄마가 등짝을 때리면서 "돈 다시 돌려내, 이거 계약 위반이야! 뭐라도 좀 해!" 했다.


맞다. 돈 받았으면 해야지.


귀에 이어폰을 끼고 핸드폰을 잡고 누웠다. 메모장을 켜고 엄지손가락을 움직였다. 3일 정도 그렇게 누워서 글을 썼다. 엄마 눈에는 똑같아 보였나 보다.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엄마한테  큰소리가 나오기 전에 카톡으로 쓴 글 3편을 보냈다. 친구집에 며칠씩 얹혀살며 베짱이같이 사는 내용, 이곳저곳 싸돌아다니면서 여행 간 내용 마지막으로 소방서에서 밥을 한 내용. 엄마는 소방서에서 밥을 한 내용을 가장 마음에 들어 했다. 글 주제가 정해졌다. 소방서에서 밥을 한 내용을 써 내려가면서 메모장에는 글들이 채워져 갔다.


에피소드가 어느 정도 쌓였을 때 브런치에 글들을 올렸다. 운이 좋았다. 책나물이라는 출판사가 나를 관심 있게 봤다.

 내가 볼 땐 너무나 부족하고 별 재미도 없는 글이 편집장님의 엄청난 편집 솜씨와 일러스트 작가님의 귀여운 그림, 그리고 다른 많은 분들의 손을 거치니 진짜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진짜 그 책이 나왔다.


모두들 부족한 저를 이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약서에 사인하는 나 (계약 30분 전까지 친구들이랑 싸돌아다니면서 놀러다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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