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인도 여행기를 마치며

여행기 끝화

by 할매

https://www.youtube.com/watch?v=hgkGAyDA5iU

(산적님이 만들어주신 인도 사진 모음입니다)


델리, 처음이자 마지막 일지도 모를 인도 여행에서 첫 발을 내디뎠던 곳. 살아 돌아올지도 모른다던 인도,

언제 어떻게 될런지 모른다던 인도. 우리나라 서울보다 인구 수가 더 많은 인도의 수도 델리의 첫 인상은 우리에게 놀라움과 두려움을 안겨 주었었다. 시커먼 밤거리의 남자들이 떼거지로 몰려들어 우리들을 분해시켜버릴 것 같은 공포심으로 가득 찼었다. 한달 간의 인도 여행을 마치려 하고 있던 델리행 열차에서는 그런 두려움과 공포심은 온데 간데 없고 그저 편안했다. 기차 통로 쪽에 앉게 되어 스쳐 지나가는 바깥 풍경을 볼 수 없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런 아쉬움은 인도라는 나라에 대한 여백으로 남겨 두고 싶었다.


사다드바자르역 다음이었던 델리역. 구내를 빠져나오자 바로 공항행 매트로 입구가 보였다. 공항행 매트로는 최신식 전용선이었는데 우리나라 영종 공항 노선보다도 더 현대화된 느낌이었다. 객차는 중간 부분을 기점으로 객석이 마주보게 되어있는 구조로 그런 구조는 어쩌면 서로를 보면서 서로를 이해하라는 메시지가 숨겨진 건 아니었을까~ 우리나라 같이 상대의 뒤통수만 보게 되는 구조보다는 상대의 앞모습을 거울삼아 자신을 직시하라는 듯한 좌석의 배치. 얼마나 인도다운 발상인가~


우린 낮은 수풀림을 통과하고, 4,5층 짜리 빌라형 아파트 단지도 스쳐지나고, 지하 터널도 통과하며 뉴델리

매트로역에서 4번째 역이었던 공항에 도착했다. 인도가 아직은 저개발 국가여서인지 그 넓디 넓은 공항 밖 라운지엔 화장실이 한칸도 없었다는 게 불편하기 짝이 없었지만, 우린 그곳에서 공항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5시간 이상이나 대기하며 러시아에서 온 젊고 예쁜 커플과 대화도 나누고, 삼뽀냐 연주로 기분도 풀며 인도에서의 마지막 날을 보냈다. 저녁 6시경에서야 공항 내부로 들어갔는데 그곳은 공항 라운지에 비해 별천지였다. 식당이며 화장실 사용은 물론, 의자에 편히 앉아서 새벽 3시 25분발 비행기를 차분히 기다릴 수 있었다.

드디어 비행기 탑승. 승객들의 취침을 위해 창문이란 창문은 모두 닫은 채 비행기는 어둠을 뚫고 동으로 동으로 날아갔다.


몇시간 후, 슬쩍 열어젖힌 창으로 보이던 새벽 여명의 빛이란~ 형언할 수 없이 가슴 벅차게 번지던 눈부신 색조. 신비롭던 색감도 잠시, 낮 12시 중국 푸동 공항에 도착했다가 오후 2시 40분에서야 다른 비행기로 갈아탄 우린 드디어 영종 공항에 도착했다. 이미 저녁 어스름이 몰려든 시각, 우릴 데리러 온 사위 차에 타고 딸래미 집으로 향하는 내내 어찌나 이상한 느낌이 들던지. 쓰레기 하나 없이 너무도 깨끗하고 조용한 거리. 개도 돼지도 소도 보이지 않던 거리, 차량들의 경적음도 들리지 않던 거리. 천막 대신 고층 빌딩들이 즐비하던 거리.

나는 마치 원시 구석기 시대에서 타임 머쉰을 타고 초현대 시대로 훌쩍 건너 뛴 것 같았다. 과연 내가 인도를 다녀오긴 한 걸까~ 혹시 가상의 세계를 다녀온 건 아닐까~ 나는 현실이 아닌 비현실 세계를 넘나들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었다.


2월 6일 부터 3월 6일까지, 만 한달 간의 인도 여행기를 끝내려 하고 있는 오늘, 5월 13일(2025년 현재),

나는 아직도 가끔 착각에 빠져들기도 한다. 문득 사라졌던 소떼, 개떼, 돼지떼, 까마귀떼들이 나타날 것 같은 착각. 갑자기 어디선가 찌린내가 풍겨올 것 같은 착각. 어디선가 빨간 침을 이빨 사이로 내뱉는 시커먼 인도 남자가 등장할 것 같은 착각. 남자건 여자건 한결같이 무표정하면서도 상대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모습을

보이면 언제든지 손을 내밀던 뭇 인도 사람들. 열차역의 맞은편 플랫폼에서 꼼지락 꼼지락 치렁한 사리를

늘어뜨리더니 태연하게 철로에 오줌 싸던 인도의 할머니. 지나가는 열차를 보며 스스럼 없이 똥 싸던 인도

남자들. 어딜 가나 들리던, 밝고 빠르고 경쾌하던 북소리. 그 특이한 리듬을 타고 알 수 없는 어떤 메시지가

들려오는 것 같다. '너는 무엇이며 왜 살고 있는가~' 라는. 나는 무엇인가~ 왜 살고 있는가~ 나는 알지 못한다.


내가 왜 환갑 여행을 인도로 갔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나를 인도로

이끌었고 인도를 느끼게 했으며 무얼 생각케 했던 걸까~

누가, 왜, 무엇을 위해, 내 나이 환갑일 때 인도와의 짧은 시절 인연을 맺게 한 걸까~ 리시케시에서 만났던

그분은 왜 다음 생에 영혼의 2차원 세계로 간다 했을까~ 보살펴야할 중생들이 많은데도 중생들을 구제할

생각은 안하고 왜 영혼의 2차원 세계로 가려고만 하는걸까~ 왜, 우리나라 불교도들은 각성과 해탈의 목적을 다음 생에 태어나지 않는, 윤회의 단절로만 여기는걸까~ 나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알지 못한다.


주마간산 식으로 겪었던 인도라는 나라는, 무궁무진한 발전의 동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은 알게 됐다. '삼성' 하면, '아~ 꼬레아~' 하며 눈을 반짝이던 인도의 청년들. 부자와 빈자가 같은 공간에 공존하던 인도.

깨끗함과 더러움, 조용함과 시끄러움, 부유함과 가난함이 어디서나 공존하던 인도. 다인종, 다종교를 받아들이며 상대의 다름을 인정 할 줄 알던 인도 사람들. 그깟 찌린내, 그깟 쓰레기 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초연해하던 인도 사람들. 이미 신은 인도인들 개개인의 모습으로 화 해, 그렇게 한 국가를 형성하며 함께

굴러가고 있는 건 아닐까~

그대~ 오늘 하루 무엇을 보았는가~

왜 사는가~~

끝.


(인도 배낭 여행 3화에서 끝화에 밝힌다던 이야기. 여행을 위해 빌린 돈은 순차적으로 갚았습니다. 갚지 않아도 된다는 분들의 돈은 카쥬라호에 살던 야학 운영 청년에게 매달 얼마씩 보내드렸습니다. 아마 반년 정도 보냈을 겁니다. 희한하게 코로나 이후 그분들과 연락이 다 끊겨버렸습니다. 저희에게 돈을 주셨던 분들도 인도의 야학 청년도 한바탕 꿈처럼 연락이 두절됐습니다)


연재북 <무전여행기> <삶과 죽음 사이> <인도 배낭 여행> 3권을 마쳤습니다.


다음 글은 아무런 생각이 없어 구정 후에 찾아뵙겠습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습니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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