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그것을 샀을까?

1화.<지우고 싶었던 건 나였다.>

by 현아

다크서클과 나는 오랜 인연이다.

어릴 땐 그냥 ‘그림자 효과’ 정도로 여길만큼

이놈의 힘이 대단하지 않았다.
학생 땐 ‘공부 열심히 하나 보네’라는 오해도

받을 정도로 어둠은 두각을 드러냈다.

하지만 30대 중반을 넘기고 나니, 그건 더 이상 그림자도, 오해도 아니었다.
그건 선언이었다.
"이 사람, 지금 삶에 약간 시달리고 있음."

거울을 볼때마다 눈밑의 짙은 어둠이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다.

어찌할바를 모르고 마음에 차곡차곡 이놈에 대한

짜증을 쌓아두었다.

그런데 눈치없는 사람들이 그걸 꼭 말로 확인하고 간다.
“요즘 피곤하세요?”
“어디 안 좋으세요?”
“밤샜어요?”


사실 남들의 이야기는

'별 무례한 사람들이 다 있네.'하고 덮고 넘어가면 된다.

내가 그냥 넘어갈 수 없었고,제일 충격적인 건

우리 아이의 말이었다.


"엄마, 눈 밑에 왜 멍이 들었어?"

아이가 내 눈 밑을 걱정어린 표정으로 들여다

보는 일이 잦아졌다.


'그래, 이쯤 되면 ‘멍든 삶’이다. '

멍청한 소비도 곧 따라온다.

그래서 나는 검색했다.
[다크서클 커버 제품 추천]
컨실러라는 걸 발견했고, 후기가 아주 미쳤다.
“눈 밑 칙칙함 완. 벽. 커. 버!”
사진도 있었다. 사용 전 → 사용 후.
전은 나 같고, 후는 화보였다.

'그래, 나 환하게 달라질 거야'

34,800원.
어쩐지 ‘내 인생 커버도 가능할 것 같은’ 가격이었다.
망설이지 않고 결제했다.
그날 밤, 나는 내 인생이 조금은 커버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부풀었다.

드디어 택배 도착.
포장지를 뜯으며 속으로 주문을 외웠다.
“제발,마법 같이 환해져라.”

거울 앞에 섰다.
손가락 끝에 컨실러 한 방울.
눈 밑에 톡톡톡…
…그리고 5초 뒤.

거울 속 나는 컨실러 덕분에 더 아파 보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사람, 뭔가 시도했는데 더 망했음."

두 번째 시도. 이번엔 양을 늘렸다.
좀 더 공들여 톡톡 두드렸다.
그러나… 결과는
잔주름 사이사이에 끼인 베이지색 잔해물.

예전엔 그냥 “피곤해 보인다”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저 집 무슨 일 있나 봐…” 쪽으로 갔다.

'망했다'
그날 이후, 나는 이녀석을 떨치기 힘들거란 결론을 냈다. 그리고 나는 무례한 사람들의

"집안에 우환 있어요? 어디 아파요?"

라는 질문에 당당히 대답하기로 했다.


"네, 저 집안에 우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