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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이성과 신에 대한 탐구-1

프랑켄슈타인과 강철의 연금술사

by 이차원

*이 글은 결과를 포함한 작품들 전반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직 작품을 보지 못하신 분들은 이 점 유의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기독교 문명으로 발전해 온 서양 문학에서는 지속적으로 '신-특히 인격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탐구가 이루어져 왔다. 그리고 인본주의를 주제로 하는 르네상스 이후로부터 신에 대한 탐구의 방향이 인간에 대한 탐구로 바뀌어 신이 없는 인간들의 세상에 대한 주제를 다루는 작품들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고 보통은 생각할 것이다. 필자도 약간의 의문은 있었지만 이 '인본주의를 주제로 하는 르네상스'라는 대전제에 대해서 별다른 비판점 없이 받아들여왔던 것 같다. 영문과 수업을 들으면서 놀랐던 몇 가지 중에 하나가 바로 이 '르네상스'에 대한 정의이다. 물론 르네상스 때 보다 더 인본주의적인 가치관을 가지게 된 것은 있지만, 이는 종래에 완전히 신의 입장에서만 진행되었던 작품들이 이제는 '인간의 입장'에서 '신을 이해'하는 관점으로 바뀐 것이지 '신에 대한 탐구' 자체가 중단되거나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르네상스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존 밀턴의 '실낙원(Lost paradise)'이었다는 점에서 신에 대한 탐구를 다루는 작품의 깊이는 더 깊어진 게 아닌가 하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다르게 말하면 종교 개혁 이후 종래의 가톨릭적인 신관에서 개신교적인 신관으로 변화한 흐름을 반영한 것 이상은 아니었다는 말이다(물론 그 자체도 어마어마한 변화였다).


르네상스 이후에 서양 문학사는 어떤 흐름으로 진행이 되었는가? 1688년 영국에서 발발한 명예혁명과 상공업의 발달(18C 산업혁명으로 이어지는)을 바탕으로 하는 17-18C 계몽주의가 시작되게 된다. 계몽주의에 대해서도 엘리트들의 지식에 의한 계몽이라는 면에서, 기존의 기독교 문명을 바탕으로 한 서양 문명을 완전히 뒤집는 운동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역시 편견에 가깝다. 이들은 플라톤주의를 비롯한 기존의 서양 철학의 근간에 그 연원을 두고 있었으며, 그 유명한 독일 계몽주의의 대표주자 '임마누엘 칸트' 역시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 그러나 영국으로부터 계몽주의가 퍼져 나와 유럽 전반으로 퍼져나가는 과정에서 과학적 방법을 철학에 접목시키는 '사회 과학'의 영역이 점차 진행되기 시작하고, '볼테르'를 비롯한 무신론적 계몽주의자 역시 등장하기 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지금의 현대 철학, 문화가 한 가지로 정리되지 않고 굉장히 복잡한 형태로 진행이 되는 것처럼, 르네상스와 계몽주의 등의 사조들 역시 단순히 '무신론적' 혹은 '인본주의적'이라는 단순화된 말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처음에 던졌던 화두인 '신과 인간에 대한 탐구'라는 방향은 이 이후의 영미 문학의 작품에서 등장하지 않는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종래 중세 시대 때처럼 완전히 '신 중심'적인 사고관을 가진 작품들과는 매우 경향이 달라지지만, 영미 문학에서 '신과 인간의 관계', '인간의 탄생과 존재'등의 주제는 매우 중요한 주제로써 그 명맥을 이어왔다. 그 대표 격인 작품이 바로 1818년 작인 메리쉘리의 '프랑인슈타인: 또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Frankenstein: Or the Modern Prometheus)'이다. 이 작품은 굉장히 독특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소설로써, SF와 고딕문학의 효시로 불리는 작품인데, 몇몇 독자분들은 "이 작품에서 '신과 인간의 관계'라는 탐구 주제를 꺼낸다고?" 하며 의아해하실 수도 있다. 물론 매우 계몽주의적인 사상을 가지고 전개되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필자는 이 작품이 인간의 '불완전한 창조'와 그로 인한 '불행한 창조물'을 다룬다는 면에서 그를 탐구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이 위에서 언급했던 '실낙원'을 아주 중요한 모티프 중 하나로 다루는 것이 그러한 생각의 근거이기도 하다.


프랑켄슈타인은 정말 큰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었고, 후대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위 말하는 '매드 사이언티스트(Mad Scientist, 미친 과학자)의 전형으로써 빠지지 않고 언급되기도 하며, '인공적인 생명의 창조'를 다룰 때 중요한 모티프로서 많은 작품들에 사용되고 있는 것 같다. 현재에도 하나의 '장르' 혹은 '서브 컬처'로써 향유되고 있는 이 모티프를 사용하고 있는 작품 중 하나를 뽑아보자면 무엇이 있을까? 필자는 이미 시중의 몇몇 글에서 다룬 바 있기도 한 아라카와 히로무 작의 일본 애니메이션 '강철의 연금술사'를 뽑아서, 여기에 있는 '프랑켄슈타인' 모티프, 그리고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탐구', '인간의 존재와 가치에 대한 탐구'에 대해서 다뤄보고 싶다. 이 작품 역시 미친 과학자 모티프를 사용하고 인간의 욕망과 불완전한 창조라는 모티프를 다루고 있으면서, 큰 인기를 누리고 일본 연재 만화계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근원에 대한 인간의 관심은 아주 비이성적인 것으로 취급되기도 하면서도, 매우 근본적인 물음이기 때문에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것 같다. 다음 글에서부터 본격적으로 '프랑켄슈타인'과 '강철의 연금술사', 이 시간적, 거리적으로 매우 멀어 보이는 두 작품을 함께 엮어 리뷰해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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