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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원

의미 없는 가로수 불빛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며

cs탄이 터진 듯 그의 목을 긁어내린다.


집에 돌아온 그는

냉동고에 얼려둔 밀키트 하나를 집어 들고

전자레인지 앞에서 멍하니 서있다.

3분 정도.

그저 고요함만이 집 안에 내려앉는다.

한 때도, 고요함은 있었으나

그래도 그곳엔 집 안에서 반겨주시던 아버지가 계셨다.

갑자기 치고 들어온 사색을 뒤로하고

전자레인지를 돌린다.


눈을 떼지 않는다.

그곳에서.

나의 가족이 있던 곳에서.

삑..삑..삑


밥 하나가 목구녕을 쓸어내리며 넘어간다.

아까 그 찬 바람에 허물어진 곳을 긁으면서 천천히.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밥알 하나하나가

자신이 살아있음을 주장한다.

그리고 나는

천천히…

그 하나에 담긴 것을 먹는다.

농부의 땀을, 대지의 에너지를, 태양을, 우주를 먹는다.

그리고 이 밥이,

내게 사람과는 다른 내음이 난다고 말한다.

그 이질감에 사색한다.


내가 왜 이렇게 지쳐 있어야만 하는지,

왜 하루하루가 이렇게 무기력한 지에 대해 묻는다.

밥을 다시 한번 숟가락으로 푹 떠서 입에 넣지만,

이제는 첫의 그 맛은 전혀 와닿지 않는다.

그냥 씹고 삼키는 것뿐이다.

어쩌면 그 맛조차도 내가 느끼고 싶은 것과는

상관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내가 쓸모 있는 존재인지,

아니면 그저 살아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끝나는 존재인지.


밥 한 숟가락을 또 입에 넣었다.

이대로 하루를 보내고 또 내일이 오고,

그다음 날이 오겠지.

그리고 나는

계속해서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어느새 나 자신을 잃어버릴 것이다.

일상이란 결국 내가 뭘 하든,

어떻게 하든 결과는 그저 비슷하고,

그 무엇도 나를 완전히 만족시키지 않을 것이다.

이 무거운 현실이 왜 이렇게 변하지 않는지,

왜 나는 뭔가를 해도 끝내 달라지지 않는지,

사실 알고 있다.


다시 한 숟갈을 든다.

사람들은 나에게 언제나 "괜찮아질 거야"라고 말하지만,

아니.

사실 그런 사람도 없다.

뭐 아무튼.

그 말이 내가 가진 불안과 고통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나는 늘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그 말속에 숨겨진 위로가 얼마나 황홀한

속 빈 강정인지 느낀다.

괜찮아지지 않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어쩌면 나는 그 불안감과 함께 살아야만 하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밥을 먹는 동안도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한 숟가락, 한 숟가락씩. 시간이 흐르고,

그 역시 흐르지만,

그 끝에 무엇이 있을지 알았으나

진실은 여전히, 전혀 알 수 없다.

사람들은 늘 그를 보면 말한다.

왜 그렇게 꼬였냐?


사실 그는,

다른 이에게 마음의 깊이를 설명할 길이 없다.

그의 비관은, 이제 바오밥나무가 되었다.


또 한 숟가락을 떠서 입에 넣고,

그는 생각한다.

입을 다문 채로 생각한다.

나는 바라본다.

빈 그릇을 바라보며,

이 넓은 집에 찾아올 고독이.

오늘이 끝나더라도 내일이.

그래,

내일이 오면 또다시 이 허무의 반복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나는 결국 그 다리에 서게 될ㅡ

카톡


“?“


1개의 읽지 않은 메시지
서라 : 몸은 좀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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