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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시인이 되었으나

나라는 독자에게 건네는 시인의 꿈

by 이 원


나는 매일을 특별하지 않은 하루로 시작한다.


출근길이나 등굣길, 시장길을 걸으며 마주치는

평범한 풍경들이 나에게는 작은 흥미와 깨달음을 준다.

길모퉁이에 앉아 있는 고양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 골목길 위 커피 향,

간간이 들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동안에는 그냥 스쳐 지나가기

쉬운 것들이지만, 유심히 보면 그 안에 수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나는 이런 사소한 것들을 관찰하며 마음속에 기록한다.


사람들은 흔히 깨달음을 거창한 사건이나

특별한 경험 속에서 얻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일상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순간들 속에서

더 많은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면서는

삶의 흔들림과 불확실성을 떠올린다.

나뭇잎은 언제 떨어질지 모르지만,

그 자리를 떠나면서도 다른 나무와 하늘과 햇살 사이에서

제 역할을 한다.

그것은 나에게

흔들리면서도 나 자신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을

조용히 알려준다.

또, 골목길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생각한다.

대부분은 목적지를 향해 바쁘게 걸어가지만,

그 발걸음 하나하나에는

저마다의 사연과 고민이 담겨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순간 잠시 발걸음을 늦추고,

그 사람들의 존재를 상상하며 마음속으로 인사를 건넨다.

그러면 내 마음도 조금 더 차분해지고,

하루가 무심히 흘러가더라도

내가 느끼는 것들이 쓸모없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커피 한 잔도 나에게는 작은 관찰의 대상이다.

향을 맡고, 잔을 손에 들고, 한 모금씩 음미하다 보면,

그 평범한 행동 속에서도 삶의 질감을 느낄 수 있다.

커피의 쓰고 단 맛을 느끼면서,

나는 삶에도 이런 대비가 존재함을 떠올린다.

행복과 아픔, 기쁨과 슬픔, 작은 순간의 즐거움과

일상의 지루함이 서로 맞닿아 있다.

그것을 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하루가 훨씬 풍성하게 느껴진다.


나는 이런 순간들을 글로 남기고 싶다.


단순히 기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관찰하며 느낀 깨달음을 다른 이와 공유하고 싶어서다.내가 본 사소한 풍경과 내가 느낀 작은 깨달음을 글로 전하면누군가는 그것을 읽으며 잠시 숨을 고르고,

자신이 놓치고 있던 것들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글은 나와 나를 둘러싼 세상,

그리고 나와 독자를 연결하는 작은 다리라고 생각한다.


글을 쓰는 일은 거창하지 않다.

매일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으로서,

작은 관찰을 모아 기록하는 것,

그것이 나에게는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화려한 감정이 없어도,

나는 하루 속 작은 빛을 발견하고 기록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빛이 다른 사람에게도 닿기를,

조금이라도 마음을 흔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이런 일상 속 관찰과 기록은 나에게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가르쳐 준다.

바쁘고 지친 하루 속에서도 눈을 들어 작은 것을 보고,

소리를 듣고, 향기를 맡고, 사람들을 느끼는 순간,

삶은 조금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관찰은 나를 현재에 머물게 하고,

깨달음은 나를 조금 더 성실하게,

조금 더 따뜻하게 살아가게 만든다.


오늘도 나는 펜을 들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특별하지 않은 하루였지만,

관찰하고 깨닫고 기록한 시간을 떠올리며,

나는 충분히 살아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말하고 싶다.


하루의 작은 순간을 기록해 보라고.

사소한 풍경을 적어 보라고. 당신만의 작은 일기를 쓰며,

당신이라는 독자를 만들어 보라고.

그 작은 기록 속에서, 당신도 삶의 빛을 발견하고,

스스로에게 조용한 위로를 건넬 수 있을 것이다.


「나라는 독자에게 건네는 시인의 꿈」

25년 9월 어느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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