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없이 바쁘게
나는 이 말이 꽤 많은 현대인들의 삶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 주위에 소위 '엘리트'라고 불리는 사람들, 또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은 많지만, 그 중 다수는 명확한 미래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 미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리고 지금까지 주어진 트랙을 따라가기만 해도 결과가 좋았기 때문에 가던 길을 계속 갈 뿐, 이 길이 어디로 향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많이 없다.
예를 들어, 공무원 시험을 생각해보자. 학창 시절, 좋은 대학을 가면 모든 문제가 될 것이라는 꿈을 갖고 대학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대학 합격이 많은 학생들의 유일한 미래이다. 그런데 막상 대학에 붙어보니 여전히 미래는 오지 않은 것 같다. 보장된 것은 없고 대학에서도 대학을 나와서도 선택의 폭은 너무 다양하고 그 선택을 위해 내가 알아서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한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 난 평생 공무원으로 살 수 있으니까 선택할 일이 없겠다', 즉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미래가 되겠다'라는 막연한 생각에 공무원 시험은 또 하나의 유일한 미래가 된다. 그런데 이 고민에는 '공무원이 되어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결여되어 있다. 위 사람들이 공무원이 되면 과연 행복하고 만족할까? 대부분은 공무원의 생활을 막연히 동경한 것이지 실제로 고민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러기엔 쉽지 않을 것 같다. 설령 공무원 시험을 통과한다고 해도 말이다.
이처럼 현재의 선택을 계속 미래의 나에게로 유보한 채, 생각 없이 바쁘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그리는 미래가 무엇인지 물으면 안정적인 직업 또는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되는데 이 역시 결코 미래가 아니다. 명확한 미래라는 것은 '(안정적으로 돈을 번 것으로) 무엇을 할까?'에 대한 고민이어야 한다. 위와 같은 대답 또한 결국 '직업의 안정성, 또는 부를 갖추고 난 미래의 내가 그걸 통해 무엇을 할지 결정하겠지'라는 미래로 선택을 유보하는 태도가 녹아있는 대답이다. 미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절대 실패하지 않으려고 정해진 길로만 가려고 하는하는 심리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조금만 생각해보면 미래를 알 수 없다는 것은 발 밑만 보고 걸어야 하는 이유가 아니라 오히려 고개를 들고 미래를 더 대비하고 그려야 함의 근거가 된다. 밑에만 보고 걷는 탐험가는 자신이 낭떠러지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오늘 내가 한 일 중에 내가 의도해서 계획하고 의지를 가지고 한 일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보자. 장기적인 플랜을 세우고 이를 위한 단기 목표, 또 그것을 위한 오늘을 계획하고 실행하자. 미래를 그리는 사람만이 미래를 가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