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치인 지 6일째 되던 날
일 년에 두 번이나 교통사고가 났다. 2024년의 시작도 교통사고, 2024년의 끝도 교통사고다. 불행한 일이 두 번이나 일어나다니. 시작도 불운이요, 끝도 불운인 2024년을 나는 어떻게 이를지 몰랐다.
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한 해의 시작과 끝은 모두 지나치게 운이 좋았다. 폐차할 정도의 교통사고가 났어도, 횡단보도에서 맨 몸으로 차에 치였어도 뼈가 부러지지 않는 비브라늄 인간이었던 것. 조금 엉뚱한 말이지만, 나는 언젠가 내가 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근데 아니었다, 못 날았다. 차에 치여서 조금 몸이 떴지만 무거워서 그런가 날지는 못했다. 그 대신 최소한 부러지지 않는 고무인간이란 건 알았다.
화염 속에서도 살아 돌아온 영웅처럼, 지진 같은 재앙 속에서도 온몸에 덮인 흙과 먼지를 슥슥 털고 일어난 생존자처럼 그렇게 두 번이나 살아 돌아왔다. 혹자는 이번 교통사고를 두고 '부주의하니까 그런 거 아니냐, 조심 좀 하지, 걔 또 교통사고 났냐' 할 수도 있겠다. 초록불 건너다가 차에 치인 것을 나의 칠칠치 못함이라고 한다면 좀 많이 억울하다. 살다 보니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 통제할 수 없는 일도 일어난다. 이미 일어난 일은 이미 일어났고,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매순간 나의 삶에 돋보기와 현미경을 들이대며 족족 지켜보는 게 아니니 내가 어떤 상황과 사람으로 비춰지느냐는 별로 의미가 없다. 좀 서운은 하지만.
인생에는 빛도 있지만 어둠도 있다. 지금은 조도를 맞추는 중인갑다. 너무 밝으면 피곤하고, 너무 어두우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적당한 정도로.
첫 번째 교통사고 때, 처음으로 상실을 경험하면서 크게 아팠지만 그 이상으로 좋은 일도 있었기에 그 고난에 감사하다는 고백을 한 적이 있다. 두 번째 교통사고 때 나는 내 인생에서 무엇을 보내주고 무엇을 새로 들이게 될까. 하지만 그 고난을 통과하는 시간 속으로 다시 돌아오니 소올직히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다.
23년 6월부터 인생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보겠다며 가진 것을 다 버려두고 떠난 여정에서, 날고 싶었지만 주어진 것들을 여러 이유로 내려놓았고 뜻밖의 교통사고를 두 번이나 당하며 또 주저앉았다. 반전은 영영 오지 않는 것인지, 카타르시스를 느껴야 하는 포인트는 어디인지, 엔딩은 어디에서 지어지는 것인지 지금은 모르겠다. 그냥 병원 밥이 맛있고, 병원 바로 옆건물 카페에서 아주 맛있는 스콘과 디카페인 커피를 파는 게 좋고, 병원이 따뜻하다. 그리고 건너편 카페에서는 밤바스크치즈케이크를 파는데 끝내주게 맛있다. 그래, 지금은 그거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