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회사 대여금, 소멸시효 완성 후 증여세 부과 가능?

소멸시효가 완성된 이후에는 무상 대여금에 대한 증여세 부과 불가

by 김미래 변호사

가족이 운영하는 법인(이른바 '특정법인')에 자금을 무이자로 빌려주는 일은 실무상 흔히 발생합니다. 하지만 세법은 이를 통해 주주가 우회적으로 이익을 얻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매우 촘촘한 과세망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돈을 빌려준 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법적으로는 갚을 의무가 사라졌음에도, 과세당국이 계속해서 '이자 상당액'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한다면 어떨까요?


오늘은 이에 대해 대법원이 내린 최신 판결(대법원 2025. 11. 28. 선고 2025두34494 판결)을 통해, 특정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 의제 규정과 소멸시효의 관계를 명쾌하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1. 사건의 배경: '특정법인'에 대한 무상 대여와 과세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은 지배주주와 그 친족의 주식보유비율이 30% 이상인 법인 등을 '특정법인'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특정법인의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해당 법인에 재산(금전)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경우, 상증세법은 이를 통해 법인이 얻은 이익(적정 이자 상당액)만큼 주주가 사실상 증여받은 것으로 간주하여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변칙적인 부의 이전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입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과거에 빌려준 돈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이후'에도, 여전히 무상 대여에 따른 이자 이익이 발생한다고 보아 과세할 수 있는가"였습니다.


2. 과세당국의 주장 vs 납세자의 반론


과세관청(피고)은 상증세법상 대출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경우 1년을 대출기간으로 보고, 매년 새로 대출받은 것으로 보아 증여재산가액을 계산한다는 규정(상증세법 제41조의4 제2항)을 근거로 들어, 소멸시효가 지났더라도 해당 규정에 따라 매년 갱신되는 것으로 보아 적정 이자 상당액을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납세자(원고)"이미 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채권 자체가 소멸했다"고 맞섰습니다. 채권이 사라졌으므로 더 이상 법인이 얻는 '이자 상당액'이라는 이익도 존재할 수 없으며, 따라서 시효 완성 이후의 기간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논리였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 "채권이 소멸하면 증여 이익도 없다"


대법원은 납세자의 손을 들어주며 원심판결을 확정했습니다(상고기각). 그 핵심 논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증여 의제는 '채권의 존속'을 전제로 합니다.

상증세법상 금전 무상대출에 따른 이익을 계산하여 주주에게 과세하는 규정은, 기본적으로 특수관계인이 법인에 대해 '대출금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합니다.


둘째,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권리는 당연히 소멸합니다.

채권자가 시효 중단 조치를 취하지 않아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면, 그 채권은 법적으로 소멸합니다.


셋째, 과세당국이 근거로 든 '1년 단위 갱신 간주 규정'은 단순히 증여 시기와 가액 계산을 위한 기술적 규정일 뿐, 이미 소멸한 채권을 부활시켜 과세 근거로 삼을 수 있는 규정은 아니라고 못 박았습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논리에 근거하여 채권이 소멸한 이후에는 해당 채권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는 '이익의 증여 의제' 요건이 충족될 수 없고, 따라서 시효 완성 전까지 발생한 이익에 대해서는 과세할 수 있겠지만, 시효 완성 후에는 더 이상 증여세 과세를 할 수 없다고 결론 지었습니다.


4. 결론 및 시사점


이번 판결은 세법 해석에 있어 '법적 권리 관계의 실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과세 편의를 위한 계산 규정이 민법상 소멸시효의 효력을 우선할 수 없다는 원칙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특수관계인 간의 자금 거래는 세무조사의 단골 소재입니다. 특히 법인에 가수금 형태로 자금을 넣거나 대여금을 장기간 방치하고 계신 경우, 소멸시효 완성 여부와 그에 따른 세무 리스크를 꼼꼼히 점검해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관련하여 복잡한 세금 문제나 법적 분쟁으로 고민하고 계시다면, 언제든 법무법인 리브로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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