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한 '중복 세무조사'에 근거한 부과처분 취소 사례

검찰 고발 있더라도, 새로운 자료에 의한 것 아니라면 위법 중복조사 해당

by 김미래 변호사

사업을 하시는 분들에게 '세무조사'만큼 두려운 단어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세무관청이 한번 털어서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린 사안을 가지고, 몇 년 뒤에 또다시, 그리고 또다시 조사를 나온다면 어떨까요?


국세기본법은 납세자의 영업의 자유와 법적 안정성을 보호하기 위해 '중복 세무조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세관청은 '새로운 탈세 제보'나 '명백한 탈루 혐의'가 있다는 예외 사유를 들어 재조사를 강행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검찰의 고발 의뢰 자료를 근거로 과세관청이 재차 세무조사를 실시했으나, 법원이 이를 "위법한 중복 세무조사"로 보아 수백억 원대의 과세 처분을 전부 취소한 최신 판례(대법원 2023두38998)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 사건의 발단: 중복 세무조사


이 사건의 원고는 변호사로, 과거 대규모 집단소송(소음 소송 등)을 수행하며 거액의 성공보수를 받았습니다. 과세당국은 이 성공보수 신고 누락 혐의에 대해 수년에 걸쳐 여러 차례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1차 조사 (2012년): 탈세 제보를 바탕으로 조사했으나, 지연이자 부분은 사후관리 대상으로 넘기고 종결했습니다.
2차 조사 (2014년): 또 다른 탈세 제보(차명계좌 이용 혐의 등)로 현장확인 조사를 했으나, 수입금액 누락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3차 조사 (2017년): 동일한 제보자가 추가 자료를 제출하여 조사가 시작됐으나, 납세자보호위원회가 "이미 검토된 내용이며 새로운 자료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중단시켰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검찰이 원고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다가 국세청에 고발 의뢰를 하며 수사기록을 넘겨주자, 과세관청은 "검찰 수사기록이라는 새로운 명백한 자료가 생겼으므로 재조사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며 2011년 귀속 소득에 대해 다시금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거액의 세금을 부과했습니다.


2. 핵심 쟁점: 검찰 자료는 '새롭고 명백한' 근거인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검찰에서 넘겨받은 수사기록이 국세기본법상 재조사가 허용되는 '조세탈루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에 해당하는가"였습니다.


피고(과세관청)는 1차 조사 당시에는 성공보수 약정이 11%인 줄 알았으나, 검찰 기록을 통해 실제로는 16.5% 및 지연이자 약정이었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으므로 재조사가 정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3. 법원의 판단: "이미 알고 있었으므로 재조사는 위법하다"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은 납세자의 손을 들어주며, 해당 세무조사는 위법한 중복 세무조사이므로 과세 처분은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그 논리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과세관청은 이미 혐의를 파악하고 있었다.


법원은 1차 조사 당시 국세청이 이미 언론 보도와 탈세 정보 등을 통해 '실제 성공보수 약정이 16.5%인데 11%로 축소 신고했다'는 혐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당시 과세관청이 시간 부족 등으로 정밀 조사를 하지 못하고 사건을 종결한 것일 뿐, 몰랐던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둘째, 검찰 자료는 '새로운 자료'가 아닌 '보완 자료'에 불과하다.


검찰 수사기록에 포함된 내용(약정서 위조, 차명계좌 등)은 과세관청이 기존 1, 2, 3차 조사 과정에서 이미 확보했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던 내용과 본질적으로 동일했습니다. 법원은 이를 두고 기존에 파악한 혐의를 뒷받침하는 보완 자료일 뿐, 조세탈루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새로' 밝혀진 경우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셋째, 부실한 초기 조사를 만회하기 위한 무한정 재조사는 허용될 수 없다.


법원은 만약 이런 경우까지 재조사를 허용한다면, 과세관청이 처음에 부실하게 조사를 해놓고 나중에 자료가 조금만 보완되면 몇 번이고 다시 조사를 할 수 있게 되어, 세무조사권 남용 방지와 법적 안정성이라는 입법 취지가 무색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4. 결론 및 시사점


법원은 피고들이 위법한 중복 세무조사에 기초하여 내린 종합소득세 및 부가가치세 부과 처분을 모두 취소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과세관청이 과거에 충분히 확인 할 수 있었음에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종결한 사안에 대해, 추후 수사기관의 자료를 빌미로 다시 조사를 벌이는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세무조사는 기업과 개인에게 막대한 심리적, 경제적 부담을 줍니다. 만약 과거에 이미 소명하여 종결된 사안에 대해 과세관청이 부당하게 다시 문제를 제기한다면, 이는 '중복 세무조사 금지 원칙' 위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사한 상황에 처해 계신다면 반드시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절차적 위법성을 따져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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