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선박'은 왜 관세폭탄(141.8%)을 맞았나?

한·호주 FTA 계절관세와 '수입'의 시기 (대법원 2025두34241)

by 김미래 변호사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리브로의 김미래 변호사/공인회계사 입니다.


국제 무역에서 '시간'은 곧 '비용'입니다. 특히 하루 차이로 관세율이 0%에서 100% 넘게 뛴다면 어떨까요?


최근 대법원에서 선고된 '호주산 칩용 감자 관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2025두34241)'은 바로 이 시간과 관세율의 적용 시점에 대한 치열한 법리 다툼을 다루고 있습니다.


오늘은 배가 들어오는 타이밍, 그리고 법이 정의하는 '수입'의 시점이 얼마나 큰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판례를 통해 분석해 보겠습니다.



1. 사건의 발단: 5월 1일 오후 5시 6분에 도착한 선박


이 사건의 주인공은 감자칩의 원료가 되는 '칩용 감자'를 수입하는 회사입니다.


대한민국과 호주 간의 자유무역협정(한·호주 FTA)에는 농산물 보호를 위해 '계절관세'가 적용됩니다.

12월 1일 ~ 4월 30일: 관세 0% (완전 철폐)

5월 1일 ~ 11월 30일: 고율 관세 (2021년 기준 141.8%)


수입사인 원고의 감자를 실은 선박은 2021년 5월 1일 17시 06분경 부산신항에 입항했습니다. 안타깝게도 0% 세율이 적용되는 4월 30일을 단 하루, 시간상으로는 17시간 정도 넘긴 시점이었습니다. 세관은 5월 1일 이후 수입된 것으로 보아 141.8%의 어마어마한 관세를 부과했고,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 핵심 쟁점: 도대체 '수입'은 언제 이루어진 것인가?


원고 측 주장의 핵심은 "'반입(수입)'의 개념을 넓게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비록 배가 항구에 닿은 건 5월 1일이지만, 대한민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이나 영해에 들어온 시점은 그보다 앞섰을 수 있으니, 이를 '반입'으로 보아 4월 30일 이전의 0% 세율을 적용해 달라는 논리였습니다.


FTA 협정문이나 관련 특례법에는 '수입'의 구체적인 정의가 없었기 때문에, 결국 법원은 국내법인「관세법」으로 돌아가 그 의미를 찾았습니다.


3. 법원의 판단: "입항전 수입신고가 불가능하다면, 도착 시점이 기준"


대법원과 원심은 과세관청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이 논리적으로 정리됩니다.


첫째, 수입의 시점은 '수입신고 수리' 시점이다.


관세법상 물품이 관세법의 구속에서 해제되어 내국물품이 되는 시점, 즉 수입신고가 수리된 때를 진정한 수입 시점으로 본다. 단순히 영해에 들어왔다고 해서 수입이 완료된 것은 아니다.


둘째, 세율이 인상되는 물품은 '입항전 수입신고'가 허용되지 않는다.


보통은 신속한 통관을 위해 배가 들어오기 전에 미리 신고(입항전 수입신고)를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것이 가능했다면 원고는 4월 말에 미리 신고를 마쳐 0% 세율을 적용받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관세법 시행령은 "세율이 인상되는 물품은 입항전 수입신고를 할 수 없고, 배가 도착한 후에 신고해야 한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 이는 세율 인상을 회피하려는 꼼수를 막기 위한 조항입니다.


관세법 시행령 제249조(입항전 수입신고) ①법 제244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수입신고는 당해 물품을 적재한 선박 또는 항공기가 그 물품을 적재한 항구 또는 공항에서 출항하여 우리나라에 입항하기 5일전(항공기의 경우 1일전)부터 할 수 있다.

(...)

③제1항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물품은 해당 물품을 적재한 선박 등이 우리나라에 도착된 후에 수입신고하여야 한다.
1. 세율이 인상되거나 새로운 수입요건을 갖추도록 요구하는 법령이 적용되거나 적용될 예정인 물품
2. 수입신고하는 때와 우리나라에 도착하는 때의 물품의 성질과 수량이 달라지는 물품으로서 관세청장이 정하는 물품


결론적으로, 이 사건 감자는 5월 1일부터 세율이 141.8%로 폭등하는 물품이었기에 입항전 신고가 불가능했고, 배가 5월 1일에 도착한 이상 그 이후에 신고할 수밖에 없으므로 고율 관세 적용이 적법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4. 변호사의 시선: 무역 거래에서의 리스크 관리


이번 판결(2025두34241)은 조세법률주의와 관세법의 기술적 규정들이 얼마나 엄격하게 적용되는지를 보여줍니다.

법적 안정성: 법원은 '반입'이나 '수입'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확장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영해 진입 시점 등을 기준으로 할 경우 과세 행정의 혼란이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치밀한 스케줄링의 중요성: 계절관세처럼 날짜에 따라 세금이 천양지차로 바뀌는 품목을 다룰 때는, 기상 악화나 물류 지연 같은 변수까지 고려하여 입항 일정을 넉넉하게 잡아야 합니다.


단 몇 시간의 차이가 기업의 수익성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습니다. 이번 판례가 보여주듯, 무역과 세무 관련 분쟁에서는 '설마' 하는 기대보다는 법령의 '문언 그대로'를 따르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법무법인 리브로는 세무와 법무의 경계를 넘어, 클라이언트에게 가장 정확하고 실질적인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작성: 김미래 변호사 관련 문의: [02-532-9824/mrkim@lawleb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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