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위장 사업자와 허위 세금계산서의 최후 (대법원 2023두41314)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리브로의 김미래 변호사/공인회계사입니다.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절세'와 '탈세', 그리고 '경영 판단'과 '횡령'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경우를 목격하곤 합니다. 특히 그룹 총수 일가가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계열사 사이에 '페이퍼컴퍼니'를 끼워 넣는 일은 드라마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종종 발생하는 일입니다.
오늘 소개할 판례(대법원 2023두41314)는 회장님 부부가 횡령을 위해 만든 페이퍼컴퍼니를 거래 중간에 끼워 넣었다가, 결국 형사 처벌은 물론 막대한 '세금 폭탄'까지 맞게 된 사건입니다. 대법원이 이 사건의 세금계산서를 어떻게 판단했는지, 그 논리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이 사건은 A 그룹의 회장 J와 그 배우자가 주도한 횡령 사건에서 시작됩니다.
구조는 이렇습니다. 원래는 모회사들(원고 B, D)이 자회사(원고 A)에게 라면 스프와 포장박스 등을 직접 공급했습니다. 그런데 회장 부부는 중간에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L, F)를 끼워 넣었습니다.
서류상으로는 페이퍼컴퍼니가 물건을 공급하는 것처럼 꾸미고, 대금도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받았습니다. 회장 부부는 이 돈을 빼돌려 임의로 사용(횡령)했습니다. 결국 이들은 횡령죄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 국세청의 세무조사에서 터졌습니다.
국세청: "이 거래는 가짜다. 페이퍼컴퍼니가 발행한 세금계산서는 모두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이므로 매입세액 공제를 해줄 수 없고, 가산세를 부과하겠다."
원심(서울고등법원)은 납세자들에게 다소 유리한 판단을 내렸습니다.
원심은 모회사들이 페이퍼컴퍼니의 '명의를 빌려' 사업을 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즉, 비록 명의는 페이퍼컴퍼니로 되어 있지만, 어쨌든 물건은 정상적으로 공급되었고 부가가치세도 납부되었으니, 이를 '가공 거래'로 보아 매입세액 공제를 박탈하거나 과도한 가산세를 물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본 것입니다.
쉽게 말해, "이름만 빌린 것이니 실질적인 공급자는 모회사로 봐야 하고, 따라서 세금계산서의 효력을 어느 정도 인정해 주자"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냉정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국세청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대법원은 회장 부부가 페이퍼컴퍼니를 내세운 목적이 오직 '자금 횡령'에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페이퍼컴퍼니는 독자적인 사업 능력이 없었고, 비용 지출 내역도 없었으며, 오직 매출 외형만 만들어 횡령 자금을 세탁하는 도구에 불과했습니다.
실제 물건을 공급한 건 '모회사'인데, 세금계산서는 '페이퍼컴퍼니' 이름으로 발행되었습니다. 이는 세금계산서의 필수적 기재사항이 사실과 다른 경우에 해당하므로, 매입세액 공제를 받을 수 없습니다.
모회사: 물건을 팔고도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았으므로 '세금계산서 미발급 가산세' 대상입니다.
페이퍼컴퍼니: 물건을 팔지 않았는데 판 것처럼 꾸몄으므로 '가공 세금계산서 발급 가산세' 대상입니다.
자회사(A): 가짜 세금계산서를 받았으므로 매입세액 불공제 처분 및 '위장 수취 가산세' 대상입니다.
이 사건의 또 다른 핵심 쟁점은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기간, 즉 '부과제척기간'이었습니다. 통상적인 세금 부과 기간은 5년입니다.
원심은 일부 가산세에 대해 5년이 지났으니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역시 뒤집었습니다.
이 사건은 조세 포탈을 위한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가 개입된 사건이므로, 본세(법인세 등)뿐만 아니라 그에 따르는 가산세에 대해서도 10년의 장기 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2023두41314)은 "범죄(횡령)를 위해 만들어진 껍데기 법인과의 거래는 세법상으로도 보호받을 수 없다"는 대원칙을 재확인했습니다.
단순히 명의만 빌린 것이라고 주장하며 세금 감면을 노렸던 원고들의 전략은 통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횡령의 도구로 쓰인 페이퍼컴퍼니를 독자적인 과세 주체로 인정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①매입세액 불공제 ②각종 가산세 폭탄 ③10년의 긴 과세 기간 적용이라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했습니다.
"형사 처벌은 형사고, 세금은 별개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법원은 경제적 실질이 결여된 가장 행위에 대해 세법의 잣대 또한 매우 엄격하게 들이댑니다. 편법을 통한 이익보다, 그로 인해 무너질 기업의 존립 기반이 훨씬 크다는 점, 경영자라면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법무법인 리브로는 세무와 법무의 경계를 넘어, 클라이언트에게 가장 정확하고 실질적인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작성: 김미래 변호사/법무법인 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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