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없어서 그랬다" 과세관청 변명 통하지 않은 이유

과세전적부심사 절차 누락과 과세처분의 효력 (대법원 2025두33014)

by 김미래 변호사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리브로의 김미래 변호사/공인회계사입니다.


우리가 세금을 낼 때, 단순히 '얼마를 내느냐'만큼 중요한 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부과되었느냐'입니다.


국세기본법은 납세자가 억울한 세금을 내지 않도록 과세 처분 전에 미리 다퉈볼 수 있는 기회, 즉 '과세전적부심사'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국세청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기간(부과제척기간)이 얼마 안 남아서 급했다"라는 이유로 이 절차를 건너뛰고 바로 세금 고지서를 보냈다면 어떨까요? 최근 대법원은 과세관청의 이러한 '늑장 행정'에 대해 매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오늘은 2025년 6월 5일에 선고된 판례(2025두33014)를 통해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살펴보겠습니다.


1. 사건의 발단: 9달 동안 뭐 하다가 갑자기?


과세관청(피고)은 2021년 8월 3일경 원고의 건물 양도소득세와 관련된 자료를 넘겨받았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그 후로 약 9개월 동안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시효인 '국세부과제척기간' 만료가 임박해지자, 2022년 5월 2일 부랴부랴 '과세예고통지'를 보냈고, 그로부터 불과 1주일 만에 세금을 부과해 버렸습니다.


원래 납세자는 과세예고통지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세관청은 "부과제척기간 만료일이 3개월도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이 기회를 주지 않았습니다.


2. 쟁점: '예외 사유'는 과세관청의 면죄부가 될 수 있는가?


국세기본법 제81조의15 제3항 제3호는 과세예고통지일로부터 부과제척기간 만료일까지가 3개월 이하인 경우, 과세전적부심사를 생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과세관청은 이 조항을 근거로 "법대로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시간이 촉박하니 절차를 생략한 것은 정당하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이 예외 조항은 과세관청이 '스스로 게으름을 피우다가(해태하여)' 시간을 다 보낸 경우까지 봐주겠다는 뜻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3. 대법원의 판단: "스스로 초래한 긴급함은 인정할 수 없다"


대법원은 과세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하며 납세자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과세전적부심사는 납세자의 핵심적인 권리이다.


이 제도는 사후적인 소송보다 시간과 비용을 아껴주는 '예방적 구제 제도'입니다. 특별한 사정 없이 이 기회를 박탈했다면, 이는 과세처분의 효력을 부정해야 할 만큼 중대한 절차적 하자입니다.


둘째, 늑장 행정에는 정당한 사유가 필요합니다.


대법원은 과세관청이 자료를 받은 후 9개월간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만료 직전에 통지한 것에 대해 "별다른 이유 없이 후속 절차를 지연시킨 것"으로 보았습니다. 과세관청의 잘못 없이 부득이하게 시간이 부족해졌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스스로 시간을 끌다가 급하게 절차를 생략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4. 변호사의 시선: 절차적 정의가 실체적 정의를 지킨다


이번 판결(2025두33014)은 행정 편의주의에 대한 법원의 엄중한 경고입니다.


세무 공무원이 조사를 늦게 시작하거나 처리를 미루다가, 시효가 임박했다는 핑계로 납세자의 말 할 기회(과세전적부심사청구권)를 뺏는 일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습니다. 과세관청이 적법절차를 무시하고 부과한 세금은, 설령 낼 세금이 맞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위법하여 취소될 수 있습니다. 하물며 이번 사건처럼 세금 계산 자체도 틀렸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겠죠.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과세권 행사에서도 적법한 절차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가장 빠르고 정확한 길임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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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변호사 김미래/법무법인 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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