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권고'로 끝난 세금 소송, 재처분 가능 여부

- 법원의 '조정권고'는 특례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되는 '판결 등' 아냐 -

by 김미래 변호사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리브로의 김미래 변호사 입니다.


세금에는 '부과제척기간'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국가가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유효기간' 같은 것인데요. 보통은 5년이 지나면 세금을 부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세무조사나 소송이 길어지면 이 5년이 훌쩍 지나버리기도 하죠. 이럴 때를 대비해 국세기본법은 '특례부과제척기간'이라는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즉, 일반적인 제척기간 5년과는 별개로, "법원의 판결이 확정되면, 그로부터 1년 동안은 다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입니다.


그렇다면, 판결 끝까지 가지 않고 법원의 권고로 서로 합의해서 소송을 끝낸 경우(조정권고)에도 이 예외가 적용될까요?


최근 이에 대한 중요한 조세심판원 결정이 나와 소개합니다.



1. 사건의 발단: "주식 가격이 너무 쌉니다!"


2014년, 납세자 A씨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비상장주식을 특수관계법인에 양도했습니다. 세무서는 몇 년 뒤 세무조사를 통해 "주식을 시가보다 너무 싸게 팔았다"고 보고, A씨에게 종합소득세 등을 부과했습니다.


A씨는 억울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긴 법정 공방 끝에 2023년, 고등법원은 "세무서와 A씨, 서로 양보해서 주식 가격을 재산정하고 세금을 다시 계산합시다"라는 조정권고를 내렸습니다. 양측은 이를 받아들였고, A씨는 소송을 취하했습니다.



2. 문제의 발생: "5년 지났는데 세금을 또 낸다고요?"


조정권고에 따라 주식 가격이 바뀌자, 세무서는 A씨에게 기존의 종합소득세를 깎아주는 대신, 양도소득세를 새로 부과했습니다.


여기서 새로운 쟁점이 발생하였습니다. 주식을 판 건 2014년인데, 그로부터 부과제척기간인 5년이 훌쩍 지난 2023년에 과연 과세관청이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세무서는, 일반부과제척기간 5년은 지났으나, "법원의 조정권고는 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으므로, 특례부과제척기간(판결 확정 후 1년)을 적용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반면, 납세자 A씨는 "조정권고는 판결이 아니다. 그냥 서로 합의해서 소송을 끝낸 것일 뿐이므로, 특례제척기간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3. 조세심판원의 결정: "조정권고는 확정판결이 아니다!"


조세심판원은 납세자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즉, 조정권고는 확정판결이 아니므로 특례부과제척기간을 적용할 수 없고, 이미 일반부과제척기간(5년)이 지났으므로, 양도소득세 부과는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심판원의 판단 근거는 명확했습니다.


● 사실상의 조정에 불과: 조세소송에서 법원의 조정권고는 민사소송법상의 정식 조정이라기보다, 사건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법원이 권유한 **'사실상의 조정'**에 불과하다.


● 판결과 같은 효력 없음: 이는 단순히 소송 당사자들이 권고를 받아들여 '소를 취하'함으로써 사건이 종결된 것일 뿐, 법적으로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고 볼 수 없다.


● 특례 적용 불가: 따라서 「국세기본법」에서 정한 특례부과제척기간(판결 확정 시 연장)을 적용할 수 없다.



4. 시사점


이번 결정은 과세관청이 '조정권고'를 근거로 이미 시효가 지난 세금을 다시 부과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세금 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법원으로부터 조정 권고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때 조정안을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더 생긴 것입니다.


조정권고 수용 시, 소송은 빨리 끝나지만, 확정판결이 아니므로 과세관청이 이를 근거로(특례제척기간을 이용해) 유리하게 다른 세목을 건드리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납세자에게 유리한 방어 논리)


다만, 모든 '조정'이 다 같은 것은 아닙니다. 법원의 화해권고결정이나 민사조정법상 조정조서 등은 효력이 다를 수 있으므로, 반드시 법률 전문가의 검토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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