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명의신탁, '이 목적' 아니었다면 과징금 감경

조세를 포탈하거나 법령에 따른 제한을 회피할 목적이 없는 경우

by 김미래 변호사

부동산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등기하는 '명의신탁'.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는 행위이기에 적발될 경우 무거운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사실, 많이들 알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모든 경우에 '과징금 폭탄'을 맞는 것은 아닙니다. 법에서는 명의신탁을 한 이유가 '조세 포탈'이나 '법령 회피'가 아닌 경우에는 과징금을 절반까지 크게 줄여줄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과징금 감경의 핵심: '조세 포탈'과 '법령 회피'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을 한 사람에게 부동산 가액의 최대 3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조세를 포탈하거나 법령에 의한 제한을 회피할 목적이 아닌 경우"에는 과징금의 50%를 감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부동산실명법 시행령 제3조의2)


입법자가 명의신탁을 하게 된 동기를 구별하여, 그 위반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가볍다고 판단되면 제재 수위를 낮출 수 있도록 부동산실명법을 입법한 것입니다.



감경 사유가 존재함에도 행정청이 이를 무시하면 '위법'


만약 과징금을 감경받을 수 있는 사유가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처분청(시·군·구청 등)이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거나 잘못 판단하여 과징금을 감경해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요?


법원은 이러한 과징금 부과 처분을 '재량권을 벗어난 위법한 처분'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행정청은 감경 사유가 있는지 충실하게 심사할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법원이 감경사유를 인정한 6가지 사례


그렇다면 실제 법원에서는 어떤 경우에 '조세 포탈'이나 '법령 회피' 목적이 없었다고 인정했을까요? 구체적인 판례를 통해 그 기준을 살펴보겠습니다.



1. 아들이 노모에게 아파트 지분을 신탁한 경우(서울행정법원 2024구단81435 판결)


법원은 아들이 노모에게 아파트 지분을 명의신탁한 사안에서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조세 포탈 목적이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


▲ 명의신탁으로 인해 오히려 등록세 등을 추가로 지출함


▲ 노모에게 부과된 재산세를 아들이 모두 납부


▲ 명의신탁 당시 아들은 다른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음



2. 법인이 대표이사 명의로 농지를 등기한 경우(대구지방법원 2016구합21420 판결)


법원은 법인이 농지를 사면서 대표이사 명의로 등기한 사안에서도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과징금 감경 사유가 존재한다고 보았습니다.


▲ 해당 부동산은 이미 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되어 법인 소유가 가능


▲ 회사는 이를 유형자산으로 관리하고 법인세도 성실히 납부


▲ 개인과 법인의 세율 차이가 조세를 회피할 만큼 크지 않음



3. 부당한 가압류를 피하려 제부에게 신탁한 경우(서울고등법원 2023누46076 판결)


부당한 가압류를 피하기 위해 제부에게 다가구주택을 명의신탁한 사안에서도, 법원은 과징금 감경 사유가 존재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명의신탁으로 절감된 종합부동산세(약 250만 원)보다 신탁 및 환원 과정에서 낸 세금(9,000만 원 이상)이 훨씬 큼


▲ 명의신탁 기간에도 재산세 등을 모두 납부


▲ 해당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했던 채권이 '부존재'함이 법원 판결로 확정되어, 강제집행을 면탈할 목적이었다고 볼 수 없음



4. 대출 한도 때문에 임직원 명의를 빌린 건설사(서울행정법원 2011구합17844 판결)


건설사가 금융권의 1인당 대출 한도 제한을 피하기 위해 임직원 친인척 명의로 건물을 신탁한 후 그 건물에 담보를 설정하고 임직원 명의로 대출을 받 경우입니다.


▲ 주된 목적이 세금 포탈이 아닌 '대출 한도 회피'이었음


▲ 해당 건물이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서 배제되는 미분양 주택일 가능성이 있었음



5. 어머니 명의로 등기했으나 세금 차이가 미미한 경우(서울행정법원 2022구단69851 판결)


원고가 아파트를 매수하며 모친 명의로 등기한 사안입니다.


▲ 원고가 모친에게 매년 이체한 금액이 세금보다 많았고, 모친이 이 돈으로 세금을 납부


▲ 원고 명의로 등기했을 경우와 모친 명의로 등기했을 경우의 세금 차이가 약 3만 원으로 매우 미미



6. 공동사업 목적으로 어머니 명의를 빌린 경우(제주지방법원 2016구합388 판결)


공동사업을 위해 부동산을 사면서 어머니 명의로 신탁한 사안입니다.


▲직계존속(어머니) 명의 신탁으로 상속세나 증여세 포탈 가능성이 낮음


▲각종 세금을 정상적으로 납부


▲해당 부동산이 농지나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 있지 않아, 법령상 제한을 회피할 목적도 찾기 어려움



과징금 감경을 위한 핵심은 '조세 포탈'이나 '법령 회피' 목적이 없었음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법원은 명의신탁의 구체적인 경위, 명의신탁으로 인한 실질적인 조세 이익이 있었는지, 제세공과금을 성실히 납부했는지, 그리고 대출이나 부당한 압류 회피 등 다른 목적이 있었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 '조세 포탈'이나 '법령 회피' 목적이 없었는지를 판단합니다.


단순히 명의신탁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과징금 전액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할 수 있습니다. 만약 억울한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면, 이러한 부정한 목적이 없었음을 구체적인 증거를 통해 입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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