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전 매매가액도 시가로 볼 수 있을까? (대법원 2025두3027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리브로의 김미래 변호사/공인회계사입니다.
가족 간에 아파트를 증여할 때 가장 고민되는 것은 단연 '평가액'입니다. 아파트는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가격이 찍히는 게 아니다 보니, 납세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동주택가격(기준시가)'으로 신고하여 세금을 줄이고 싶은 유혹을 느낍니다.
하지만 과세관청은 해당 아파트와 평형·위치가 같은 '유사한 아파트'가 언제, 얼마에 팔렸는지를 매의 눈으로 찾아냅니다. 이를 '유사매매사례가액'이라고 합니다.
최근 대법원에서는 "증여일로부터 6개월이 훌쩍 지난(약 10개월 전) 시점의 유사 매매가액을 시가로 적용해 세금을 부과한 처분이 적법한가"를 두고 치열한 다툼이 있었습니다. 결론이 어떻게 났을까요?
원고는 2020년 4월, 배우자로부터 서울 성동구에 있는 아파트 지분 40%를 증여받았습니다.
원고는 세법상 정해진 신고 기한 내에 성실하게 증여세를 신고했습니다. 이때 아파트의 가액은 정부가 고시한 '공동주택가격(10억 8,800만 원)'을 기준으로 평가하여, 지분 가액을 약 4억 3,500만 원으로 계산했습니다.
그런데 세무서(피고)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세무서는 조사를 통해, 증여일로부터 약 10개월 전인 2019년 6월에 같은 단지 내 유사한 아파트가 19억 2,000만 원에 거래된 사실을 찾아냈습니다.
세무서는 이 가격을 '시가'로 보아야 한다며 평가심의위원회를 거쳐, 원고에게 증여 재산 가액을 7억 6,800만 원(19억 2천만 원의 40%)으로 다시 계산하여 증여세 약 2,300만 원을 추가로 부과했습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 시행령에는 '시가'를 산정하는 기간에 대한 규정이 있습니다.
원칙 (평가기간): 증여일 전 6개월 ~ 증여일 후 3개월 내의 매매가액 등.
예외 (확장기간): 평가기간을 벗어나더라도, 증여일 전 2년 이내의 기간에 매매가 등이 있다면 '평가심의위원회'를 거쳐 시가로 인정 가능.
원고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법령을 보면 납세자가 '신고를 한 경우'에는 유사재산의 가액 적용 기간을 '신고일'까지로 한정하고 있다. 나는 성실하게 신고를 마쳤는데, 원칙적인 평가기간(6개월)을 넘어 10개월 전의 가격을 가져오는 '예외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
즉, 신고를 안 한 사람이라면 몰라도, 신고를 한 사람에게까지 과세관청이 2년 치 기록을 뒤져서 세금을 매기는 건 너무하다는 논리였습니다.
대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세무서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상고 기각).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대법원은 관련 시행령 규정(제49조 제4항)이 '신고를 한 경우'에 원칙적인 평가기간(6개월)을 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평가심의위원회를 거쳐 2년 전까지 조회할 수 있는 단서 규정(제49조 제1항 단서)"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석했습니다.
만약 원고의 주장대로 "신고를 한 사람에게는 6개월 내의 가격만 적용하고, 2년 전 가격은 적용 못 한다"고 해석하면 이상한 결과가 발생합니다.
신고를 잘한 사람: 6개월 내 데이터만 보니 시가가 낮게 잡힐 수 있음.
무신고 자(탈세 의심): 2년 치 데이터를 다 뒤져서 시가를 높게 잡을 수 있음.
대법원은 납세자가 신고를 했는지 여부에 따라 시가 인정 범위가 현격하게 달라지는 것은 조세 형평에 어긋난다고 보았습니다. 즉, 신고를 했더라도 더 정확한 시가(유사 매매가액)가 존재한다면 그것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것이 맞다는 것입니다.
이번 판결(2025두30271)은 아파트 증여세 신고 시 '기준시가 신고'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과거에는 증여일 전후 6개월만 조심하면 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과세관청은 평가심의위원회라는 절차를 통해 최대 2년 전의 매매 사례까지 폭넓게 끌어와 과세를 하고 있고, 법원도 이를 폭넓게 인정해주고 있습니다.
특히 아파트처럼 거래가 빈번하여 유사 매매 사례가 남기 쉬운 부동산은, 섣불리 기준시가로 신고했다가는 나중에 가산세까지 포함된 세금 고지서를 받게 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따라서 증여를 계획 중이라면, 단순히 전후 6개월만 볼 것이 아니라 최근 2년 내에 우리 아파트와 비슷한 매물이 얼마에 팔렸는지를 꼼꼼히 확인하고, 전문가와 상의하여 보수적으로 신고 가액을 결정하는 것이 절세의 지름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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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김미래 변호사 / 법무법인 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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