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단서의 위헌·위법성을 확인한 첫 판례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리브로의 김미래 변호사/공인회계사 입니다.
최근 몇 년간 상속·증여세 실무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단연 '꼬마빌딩 감정평가'였습니다. 납세자가 법에 정해진 대로 공시가액(보충적 평가방법)으로 신고했음에도, 국세청이 사후에 감정평가를 실시하여 거액의 세금을 추징하는 사례가 빈번했기 때문입니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법대로 신고했는데 뒤통수를 맞았다"는 억울함이 클 수밖에 없었고, 실무적으로도 과세관청의 재량권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12월 15일, 이러한 국세청의 관행에 제동을 거는 기념비적인 판결이 나왔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이 국세청의 사후 감정평가 근거가 되는 시행령 규정 자체가 무효라고 선언하며, 납세자의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이번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세법이 정한 평가의 대원칙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 제60조는 상속재산의 가액을 '상속개시일 현재의 시가'로 평가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시가란 불특정 다수인 사이에 자유롭게 거래가 이루어질 때 통상적으로 성립한다고 인정되는 가액을 말합니다.
그런데 아파트처럼 거래가 빈번한 재산은 매매사례가액을 시가로 보기 쉽지만, 거래가 드문 '꼬마빌딩' 같은 비주거용 부동산은 딱 떨어지는 시가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법 제60조 제3항은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울 때 공시가격 등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평가한 가액을 시가로 보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즉, 법률은 "원칙적으로 시가로 하되, 시가를 알기 어려우면 보충적 평가방법(공시가격)으로 세금을 매기라"는 구조를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2019년 2월 개정된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단서가 이 법률의 위임 범위를 넘어서면서 발생했습니다. 납세자는 법에 따라 시가를 확인할 수 없어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신고했는데, 과세관청이 시행령을 근거로 사후에 감정평가를 실시해 이를 시가로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더 큰 문제는 '평가 기간'의 불균형이었습니다. 개정 전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단서는 상속개시일 전후 6개월을 '평가 기간'으로 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개정된 단서 조항은 평가 기간(6개월)이 지났더라도, 법정 결정기한(상속세 신고기한 6개월 + 결정기한 9개월 = 총 15개월)까지 감정평가가 이루어지면 평가심의위원회를 거쳐 이를 시가로 인정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었습니다.
즉, 납세자는 6개월 내에 시가를 찾아 신고해야 하는 '시간적 제약'에 갇혀 있는 반면, 과세관청은 그보다 훨씬 긴 기간 동안(최장 15개월) 느긋하게 감정평가를 하여 세액을 결정할 수 있는 '구조적 불균형'이 존재했던 것입니다.
재판부는 이 지점을 예리하게 파고들었습니다. 납세자가 6개월 내에 성실하게 신고를 마쳤음에도, 과세관청이 나중에 자의적인 기준으로 감정평가를 실시해 세금을 더 걷는 것은 납세자의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번 판결이 세무·법조계에 큰 충격을 주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법원이 국세청의 '꼬마빌딩 감정평가 사업'의 근거가 되는 시행령 조항(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단서) 자체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판단한 최초의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과세 요건과 절차는 법률로 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해당 시행령은 모법(상증세법)의 위임 범위를 넘어서서, 사실상 과세관청에게 무제한에 가까운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다음과 같이 설시했습니다.
"시가 인정 기준이 과세관청과 납세자 사이에 다르게 적용되어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된다."
"이 사건 개정 규정은 납세의무자가 활용할 가능성이 없는 기간을 과세관청에 대해서만 감정을 추가로 허용함으로써... (중략) 결과적으로 과세 형평을 저해한다."
이는 행정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시행령이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법률의 벽을 넘을 수 없음을 명확히 확인한 사법부의 엄중한 경고입니다.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낮아 과세 형평성 문제가 있다면, 이는 법률을 개정하거나 공시가격을 현실화해서 해결할 문제이지, 위법한 시행령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법원은 백 보 양보하여 해당 시행령이 유효하다고 가정하더라도, 국세청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해당 시행령 단서가 적용되려면 "가격 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어야" 하는데, 시간이 흘러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면, 나중에 한 감정가액을 상속 시점의 시가로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국세청이 감정평가를 의뢰한 시점은 상속 개시일로부터 1년이 훌쩍 지난 뒤였습니다. 재판부는 해당 기간 동안 강남구 일대 지가가 상승했고, 국세청의 감정가액이 법원 감정가액보다 최대 10.5%나 높게 나타난 점을 지적했습니다.
즉, 부동산 가격이 변동했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소급 감정을 적용한 것은 위법하며, '가격 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는 점에 대한 입증 책임은 과세관청에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164억 원 규모의 부과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국세청이 이에 불복하여 항소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번 1심 판결이 갖는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그동안 '시가와의 괴리'라는 명분 아래 행해지던 과세관청의 행정 편의주의적 관행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무엇보다 법률의 구체적 위임 없이 시행령만으로 납세자의 권리를 제한하던 행태가 '위헌·위법'임을 최초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유사한 처분을 받은 많은 납세자들에게 중요한 권리 구제의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꼬마빌딩 감정평가 관련 사건 중 상당수가 1, 2심에서 납세자가 패소한 상태로 상고심에 계류 중입니다.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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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김미래 변호사 / 법무법인 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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