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돌리는 곳마다 사랑을 하고 있었다.
2022. 2.17 - 2. 20 로마-피렌체-베니스
2022. 6. 24 - 6. 28 시칠리아
처음으로 네덜란드에서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나라였다. 일상을 살듯이 하는 여행보다 아직은 다들 한 번씩 사진 찍고 가는 관광 명소가 재밌을 때였다. 끼니보다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더 많이 먹었고(피스타치오 맛을 강력 추천한다) 그래서인지 혀끝에서 녹는 그 단맛처럼 부드럽고 달콤한 도시들로 기억에 남는다. 로마의 연인들은 길거리에서도 입을 맞추며 서로만 아는 언어를 나눈다. 베니스 숙소의 호스트 Sandra는 길을 묻는 우리에게 직접 약도까지 그려주는 친절을 베풀었다. 우리가 계단을 끝까지 내려갈 때까지 서툰 영어로 인사하며 손을 흔들던 그녀를 잊지 못한다.
피렌체의 맛이 가장 달았다. 숨을 가쁘게 내쉬며 오른 미켈란젤로 언덕에서는 사랑하는, 사랑했던 혹은 사랑할 사람들을 머릿속이 꽉 차게 떠올렸다. 휴대폰 메모장에 ‘눈을 돌리는 곳마다 사랑을 하고 있었다’고 적으면서 오렌지 맛 병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귀국 몇 주 전, 친해진 외국 친구들과 시칠리아를 여행했다. 폭염주의보가 내린 더위 속에서 시칠리아 바다에 몸을 담그고 자연스럽게 ‘Ciao!’ 외치며 야시장을 걸었다. 겨울의 낭만과는 사뭇 달랐지만 그만큼 내가 유럽에 익숙해졌다는 말이기도 했다. 한여름의 이탈리아는 향이 짙고 밀도가 높다. 그 진득한 시간 속에는 체팔루의 한 바에서 친구들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던 밤이 있었다.
‘Actually, I wanted to escape from my life.’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우리가 너도나도 ‘도망치듯 교환학생을 왔다’고 말했다. 한 학기를 마치고 나면 마법처럼 답을 찾을 것만 같았지만 여전히 같은 고민을 한다.
그럼에도 나는, 우리는, 분명히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