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으로 인해 두들겨본 인생계산기
결혼 두 달 만에, 나는 왜 이직을 결심했을까
2018년 3월, 나는 결혼했다.
식이 끝나고 신혼살림이 자리를 잡아갈 무렵, 머릿속엔 결혼과는 다른 고민이 하나 생겼다.
“지금 연봉 3천만 원으로, 5년 뒤, 10년 뒤에도 이 기준에서 조금 오르는 수준이라면… 아이를 키우고 먹고 살 수 있을까?”
계산은 냉정했다. 답은 ‘아니오’였다.
내 커리어와 연봉을 올리려면, 이직이라는 전략이 필요했다.
그때 나는 A사라는 작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규모가 작아 업무 범위는 넓었지만, 성장 한계도 분명했다.
그래서 몇 군데 입사지원을 했지만 결과는 연달아 불합격이었다. 그 시기에 자존감이 조금씩 깎여나갔다.
그러다 우연히 E사의 채용공고를 봤다.
국내에서 알아주는 규모의 중견기업이었고, 그 안에서 나는 신사업팀으로 일하게 될 기회였다.
바쁘고 정신없겠지만, 그만큼 재미있을 것 같았다.
망설임 끝에 지원서를 넣었지만, 한동안 연락이 없어 잊고 지냈다.
그러다 1차 면접 연락이 왔고, 면접은 총 3번에 걸쳐 진행됐다.
2차 면접에서 한 면접관의 질문에 솔직하게, 그리고 조금은 개기듯 대답했다.
면접장을 나서면서 스스로 생각했다.
‘아, 이건 떨어졌다.’ 그런데 며칠 뒤, 최종 합격 소식이 왔다. 뜻밖의 결과였다.
이직하면서 연봉이 1,200만 원 올랐다.
기뻤다. 연봉이 한번에 크게 오르는 건 드문 일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대리 1호봉이 이 정도면, 여기 사원 연봉이 내가 A사에서 받던 연봉보다 더 높았겠구나.”
조금은 자괴감이 들었다.
그만큼 내가 있던 곳과 내가 들어온 곳의 간극이 컸다.
결혼은 내 삶의 사적인 기반을 세우는 일이고, 이직은 내 직업적 기반을 다시 설계하는 일이었다.
두 가지 큰 결정을 같은 해에 하는 건 부담스러웠지만,
“이왕이면 새로운 시작은 한 번에 하자”는 마음으로 밀어붙였다.
그렇게 결혼식 두 달 뒤, 나는 E사에 출근했다.
돌아보면, 이직은 단순히 연봉을 올리는 선택이 아니었다.
작은 무대에서 배운 속도와 유연성을, 더 큰 무대에서 시험해 보는 도전이었다.
결혼식 날의 웃음과 첫 출근 날의 긴장된 표정이 같은 해에 찍힌 사진이라는 게 아직도 신기하다.
이직은 언제나 불안과 기대가 함께 온다. 그때의 나는 불안을 껴안고 기대를 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내 커리어의 흐름을 바꿔 놓았다.
다음 글에서는 E사에서 마주한 전혀 다른 업무 세계와, 거기서 배운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