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는 기다림이 더 필요할 때가 있다
오늘 아침, 아이는 또 밥을 먹지 않았다.
입을 꾹 다문 채, 작은 고개를 천천히 옆으로 돌린다.
'한 숟갈만 먹고 가자' 말해보지만, 아이는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억지로 떠먹이려 하면 울음이 먼저 터질 걸 아니까
그저 옆에 앉아 숟가락을 한 번 더 들어 보일 뿐이다.
그 순간, 어제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 문득 떠올랐다.
프로젝트 일정을 맞추기 어렵다는 TF 원의 말에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 안에 완료해야 해요”라고 말해버렸다.
말은 짧았고, 목소리는 조금 단단했다.
그리고 그 팀원은 그 뒤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이 앞에서 멈칫했던 내 모습과
팀원 앞에서 단정하게 말했던 내 말투가 묘하게 겹쳐졌다.
아이도, 회사도 말로 움직이지 않는다.
기다림과 여백, 그리고
그들이 준비될 때까지 가만히 함께 있어주는 게
더 큰 힘이 될 때가 있다는 걸
나는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일과 조직에서 일하는 일은 생각보다 닮아 있다.
결국, 컨트롤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고
그저 흘러가는 시간을 조금 덜 다치게,
조금 더 다정하게 건너가는 일.
아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내가 더 많이 배우고 있다.
말을 줄이고, 속도를 늦추고,
기다리는 연습을.
퇴근 후, 아이의 등을 두드리며 하루를 마무리할 때면
내가 오늘 회사에서도 누군가의 등을 한 번쯤은 토닥였기를 바란다.
서툴렀던 말, 조급했던 순간들 위로
시간이 지나듯, 계절이 지나듯,
내 마음도 조금씩 부드러워지기를.
그렇게
아이도 자라고, 나도 조금 자라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