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리뷰
2026. 03. 05 발매
하이키의 미니 5집 <LOVECHAPTER>는 청춘을 다시 보여주지만 이번에는 그 감정을 밝게 외치기보다 사랑 앞에서 솔직해진 순간을 말한다. 단순히 청량한 콘셉트가 아니라, 힘 있게 뻗는 보컬과 선명한 멜로디, 밴드 사운드를 중심에 둔 전개를 통해 지금 느끼는 감정을 표현한다. 봄이라는 계절 안에서 설렘과 떨림, 낭만을 트랙으로 풀어내며 사랑은 거대한 사건이기보다 하루를 조금 다르게 보이게 하는 감정이란 걸 알 수 있다.
타이틀 나의 첫사랑에게 (To. My First Love)는 첫사랑을 다루지만 흔한 이별 발라드처럼 상처나 후회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시간이 지난 뒤 문득 꺼내보게 되는 추억과 그 여운을 느낄 수 있다. 감정을 격하게 쏟아내기보다 이미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는 방식으로 하이키만의 청춘을 완성하는데, 이 부분에서 멤버들의 보컬이 강점으로 다가온다. 감정을 과장하기보다 맑고 시원한 톤으로 여백을 남기며 전달해 첫사랑이라는 소재가 신파로 보이지 않고 잔상으로 남는다.
사운드적으로도 단순히 아련한 분위기만 보여주지 않는다. 몽글한 신스가 곡의 정서를 만들고 일렉기타가 전개를 선명하게 잡아주며 추억을 돌아보는 감정과 현재의 설렘이 함께 느껴진다. 밴드 사운드를 중심으로 두고 있지만 팝적인 개방감을 통해 누구나 편하게 들을 수 있다. 드럼과 베이스 역시 과하게 힘을 주기보다 멜로디와 보컬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수 있도록 활용되며 곡의 분위기를 안정적으로 끌고 간다.
결국 하이키의 <LOVECHAPTER>는 새로운 장르적 반전을 보여주기보다 하이키가 잘해온 청춘 서사를 사랑이라는 감정 안에서 한층 더 섬세하게 보여주는 앨범에 가깝다. ‘나의 첫사랑에게’가 익숙한 소재를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제시하지는 않지만 하이키 특유의 맑은 보컬과 밴드 중심의 청량한 사운드, 그리고 추억을 현재의 설렘으로 바꾸는 편곡 덕분에 오래 남는 여운을 만든다. 청춘을 외치기보다 한 장의 사진처럼 조용히 보여주는 방식으로 하이키는 이번에도 자신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을 찾아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