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말 성적 정리철이 시작되었다.
방학까지 한 달이 채 안 남은 시간 동안 학생 성적을 정리하고 평어를 적어야 한다. 그동안 했던 수행평가 결과도 나이스에 입력하고 아이들을 관찰하며 적었던 행동 발달 및 종합의견도 작성하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반 학습 진도가 빠르기 때문에 내가 얼른 성적 정리를 마치면 방학식 전에 우리반만의 학급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한 학기 동안 배웠던 내용도 복습하고 추억도 만들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아이들은 벌써부터 공동체놀이를 하자고 매달리거나 2학기 시작하기 전에 교실을 가을 테마로 꾸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이들도 기대를 많이 하고 있는 모양이다.
남은 시간과 아이들의 기대감을 생각하며 성적 정리의 고삐를 바싹 당긴다. 오랜만에 초과근무도 신청하고 열심히 모니터를 노려보며 타자를 친다. 쌓여 있는 학습지와 상담 기록들을 살펴보다 보니 그동안 아이들의 모습이 스쳐간다.
'참 이쁜 모습들을 많이 봤네.'
이번 학기는 내 교직생활에서 가장 짧게 느껴진 한 학기였다. 학교에서는 담임교사가 학급 아이들과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었고 아이들은 순하고 배움에 열정적이었다. 내가 꿈꾸던 것들을 아이들과 해낼 수 있었고 아이들은 나에게 교사로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을 선물해 주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온전히 사랑을 표현하고 그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아이들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초과근무를 마치고 나를 데리러 오는 아내를 기다리며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생각했다. 장마 기간이라서 물기를 가득 품은 듯 무거워 보이는 먹구름조차도 흘러 흘러 지나갔다. 빨리 가지 않기 바라는 시간은 먹구름보다 훨씬 가벼운 걸음으로 지나가버렸다. 흘러가는 시간을 아쉬워하며 얼른 성적 정리를 마무리해야겠다는 다짐이 더 단단해진다. 구름을 흘러가지만 작은 별은 그 자리에서 빛나고 있었다.